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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12: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1. 이른바 '세속적인'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애쓴 만큼 보상이 주어지면 좋은 일이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낙담하지 않는다. 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내 삶을 잘 가꿔 나가는 일이고, 내게 그것은 마음을 잘 키워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이다. 2. 다른 사람에게 별로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는데, 내 자신에게는 늘 불안함을 느낀다. 내 마음이 언제 교만해지고 간사해지고 나태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 켠에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교만하고 간사하고 나태한 마음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싶다. 2023. 9. 12.
비망록 11: 야상곡 본인 인생은 혼자 알아서 사는 것이라고 되뇌면서 하루하루 버티던 때도 있었다. 슬픔과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 넘치던 시절의 일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막막하고, 그래서 내 삶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나 위로 같은 건 별로 기대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마다 곁에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일상이 순탄할 때나 어려울 때나 늘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내가 잘못한 것들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내 일을 마치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해주었다. 그런 마음들이 참 고맙다. 어려운 순간들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내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2023. 7. 16.
비망록 10: 봄날은 간다 지금껏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사람은 여전히 곁에 남아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거나 마음이 바뀌면서 지나간 인연들도 있다. 오늘 밤에는 괜히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십년 전에 듣던 노랫말을 여전히 곱씹게 되는 밤이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2023. 4. 23.
평론가 천하람 비판 천하람의 토론을 듣다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그의 논점은 대개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 때가 많다. 현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고, 심지어 어느 때에는 특정한 사회 이슈의 본질을 전후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는 역량도 취약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컨대, 얼마 전 MBC의 '100분 토론'에서 저출산 문제를 젠더 갈등과 연결 짓는 것을 보고 내 이목을 의심했다(아래 영상 25분 37초부터). 정확한 사실 관계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지, 인과 관계가 불명확한 두 사안을 연결 짓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굳이 TV토론까지 나와서 저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문제 진단 자체가 형편 없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나? 25분 37초 이후이번에 KBS의 '더.. 2023. 4. 21.
국장도감 도청의궤 각 편목의 기능 국장도감 도청의궤 각 편목의 기능 2022.06.29 도청의궤에서 국장의 실질적 업무과 관련된 항목은 계사질ㆍ장계질ㆍ이문질ㆍ내관질ㆍ품목질ㆍ감결질ㆍ예관질ㆍ의주질이다. 비록 현종 국장 때는 이문질과 내관질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현종의궤』 이후의 의궤들은 이 항목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계사질부터 의주질까지의 항목이 도청의궤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내용임을 보여준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도청의궤를 구성하는 편목들의 순서가 『현종의궤』 이후로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의궤가 국가 행사를 일정한 체계에 따라 정리하기 위한 텍스트라면, 도청의궤 편목의 순서는 그 ‘체계’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영조국장도감』을 중심으로 각 편목을 구성하는 내용과 특징을 .. 2023. 3. 29.
10~13세기 고려 왕실의 구조와 편제: 서론 서론 (황향주, 2022, 10~13세기 고려 왕실의 구조와 편제, 서울대 박사논문) (1) 목표: 고려 왕실의 인적 구성과 법제적 위상을 구명하고, 왕실의 권위 및 특권의 기반이 되었던 체제를 고찰 (2) 왕실의 개념과 연구 필요성 광의의 개념: 祖宗苗裔를 포괄하고 때로는 왕조 그 자체를 의미 협의의 개념: 국왕과의 ‘공인된’ 가족 관계를 토대로 왕위계승권을 공유하거나 왕위계승권의 재분배에 관여할 수 있는 협소한 단위 → 이 논문에서 채택한 ‘왕실’의 개념 왕실 연구의 필요성: 국왕의 이데올로기 권력은 국왕의 기원인 왕실을 그 사회가 어떻게 명명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 좌우되었고, 왕실의 ‘비범성’은 사회 전반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덕목 → 왕실이 어떤 내적 논리와 공적 체제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 2023. 3. 10.
「뇌뢰낙락서」를 통해 본 이덕무의 역사인식 「뇌뢰낙락서」를 통해 본 이덕무의 역사인식 (2020,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 』, 경인문화사) 2022.10.17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양장본 Hardcover) 역사는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도 이어진다.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은 10명의 저자들이 중국의 것이나 과거 고대에서 주로 영광을 찾던 시대에 과학, 지리, 언어,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의 문화’를 이루어냈던 실학자들의 정신을 통해 그들이 과연 역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다루었다. 대표적인 실학자 성호이익을 통하여 실학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현실주의적 관점이다. “천하의 일은 시세時勢가 최상이고, 행?불행이 다음이요, 옳고?그름은 최하이다.” 〈성호.. 2023. 1. 13.
‘대동’, ‘소강’과 「예운」의 편성 연대 「예운」의 구성과 내용 「예운」은 『예기』의 아홉 번째 편이다. 주로 周禮의 기원과 발전, 변천과 운용 등을 논술하였으므로 ‘예운’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공자가어』의 「예운」은 개별적인 문자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이 편[『예기』의 「예운」]과 같다. 「예운」은 또 성왕 예제의 근거와 원칙, 예와 仁ㆍ义ㆍ乐ㆍ顺의 관계, 예제의 운행 규칙을 탐구한다. 특히 예가 사회를 다스리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사회가 “大順”의 경지에 도달하도록 했다. 「예운」은 예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준칙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까닭에 禮라는 것은 군주의 큰 權柄이니, 혐의를 분별하고 은미함을 밝히며 鬼神을 대접하고 制度를 상고하며 仁義를 구별하는 것으로, 政事를 다스리고 君主를 편안히 하는 方法.. 2022. 11. 9.
선진ㆍ진한 시대 월령 연구사 정리 서언 월령의 개념 월령은 중국 고대의 ‘時憲書’로 자연적 시간에 의지하여 인위적으로 설계한 시간적 규범이다. (…) 상고 시기의 월령은 판본이 많은데 주요 월령으로는 『夏小正』, 『일주서』의 「時月解」, 『呂氏春秋』의 ‘12기’, 『회남자』의 「時則」과 『예기』의 「월령」 등의 문헌이 있다. 그중에서 뒤에 언급한 세 개 문헌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월령 연구 월령의 정리와 연구는 전한[西漢] 말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 촉한[季漢] 이후로 청나라 말에 이르기까지 월령 문헌의 기원과 월령의 예제에 관한 연구는 계속 풍부하게 이루어졌다. 지난 반세기 이래로 죽간 및 백서 문헌이 점차 출토되면서 더욱 많은 월령의 판본과 관련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새로운 자료들은 더욱 다양한 연구 시각을 낳게 했다... 2022. 11. 9.
서명응의 역사학과 역사비평 김남일, 2020, 서명응의 역사학과 역사비평: 『자치통감강목삼편』의 편찬배경과 정통론의 시대적 의미 2022.09.26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양장본 Hardcover) 역사는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도 이어진다.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은 10명의 저자들이 중국의 것이나 과거 고대에서 주로 영광을 찾던 시대에 과학, 지리, 언어,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의 문화’를 이루어냈던 실학자들의 정신을 통해 그들이 과연 역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다루었다. 대표적인 실학자 성호이익을 통하여 실학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현실주의적 관점이다. “천하의 일은 시세時勢가 최상이고, 행?불행이 다음이요, 옳고?그름은 최하이다.” 〈성호사설.. 2022.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