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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리뷰과 단상26

[리뷰] 곽광 고사의 정치적 활용 양상 일고 최혜미, 2018, 곽광 고사의 정치적 활용 양상 일고, 근역한문학회(49) 2024.03.31 이 글은 한나라 권신 곽광의 고사가 조선 전기에 어떤 방식으로 독해되었는가에 주목한다. 곽광의 고사가 특정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담아 활용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보면 조선 지배층이 곽광 고사를 언급한 사례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분석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발화가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저자는 이 글에서 그 작업을 수행했다. 저자에 의하면, 조선에서는 중종반정을 기점으로 곽광에 대한 평가와 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의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본래 중국에서 곽광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 .. 2024. 4. 1.
조선 전기 유학사 연구 살펴보기 조선 전기 유학사 연구 살펴보기 2022.03.28. 이 글은 조선 건국에서부터 16세기까지를 다룬 조선 유학사 연구의 성과를 대략적으로 개괄한 것이다. 다만 조선 건국과 성리학의 관계는 그간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사안이기 때문에 14세기 말도 논의 범위에 포함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조선 전기’로 분류되고, 그 핵심적인 특징으로 ‘유교화’가 언급된다. 유교화를 보여주는 지표에는 정치세력, 사회구조, 친족질서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짧은 글에서 그 많은 주제를 모두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성리학을 주로 정치이념으로 간주하고 탐구한 논저를 중심으로 조선 전기의 유교사를 개괄하려 한다. 1. 조선 건국과 성리학 그동안 조선 건국은 고려 후기 사회변동의 결과.. 2022. 3. 28.
「고려시대의 曆法과 曆書」를 읽고 전용훈, 2014, 「고려시대의 曆法과 曆書」, 『한국중세사연구』 39 2021.09.23. ● 전용훈의 연구는 고려의 역법과 역서 간행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전용훈은 고려의 역법을 宣明曆과 授時曆 두 가지로만 설명하는 『高麗史』 「曆志」의 서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관점에 서 있다. 그의 전체적인 논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고려는 외교 관계를 맺었던 중원의 여러 나라로부터 역법과 역법에 관한 지식을 수용하면서도 나름대로 自國曆를 간행했다. ②11세기 중반 이후로 고려의 역법이 송의 역법과 친연성을 보이면서도 선명력을 채택한 일본의 역법과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12~13세기 고려의 역법은 선명력과 달랐다. ③고려는 원의 역법을 활용해 자국의 역서를 처음으로 간행했고, 피책.. 2021. 9. 23.
『일제의 한국 식민지화와 문명화(1904~1919)』를 읽고 『일제의 한국 식민지화와 문명화(1904~1919)』를 읽고 (권태억, 2014, 『일제의 한국 식민지화와 문명화(1904~1919)』, 서울대 출판부) 2020.08.31 1. 이 책의 일차적인 목표는 일제가 내세운 문명화론의 성격과 1910년대 무렵 식민통치의 성격, 그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과 대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근본적인 의도는 3.1운동이라는 거족적인 대규모 운동의 발생 원인을 문명화론과 식민통치의 성격과 연결 지어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문명화론을 검토하면서 그 하한을 1919년까지로 한정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2. 일군의 경제사학자들은 근대적인 문물제도의 이식과 식민지 조선의 자본주의화에 큰 의미를 둔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일제가 주도한 ‘문명.. 2020. 9. 11.
『개발 없는 개발』을 읽고 『개발 없는 개발』을 읽고 (허수열, 2011, 『개발 없는 개발』(개정판), 은행나무) 2020.08.31 1.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응해서 20세기 전반기 식민지 조선의 경제 동향과 추이를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반대편에 있다. 물론 식민지에서도 자본주의적 관계가 부분적으로나마 성장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저자는 식민지 조선의 경제를 ‘수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데 비판적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그의 견해는 ‘식민지 수탈론’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식민지 수탈론’을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보완한, 즉 ‘식민지 수탈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연구라 할 수 있다. 2.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통계 자료에 대.. 2020. 9. 11.
「여말선초 도학의 성격과 도통론」을 읽고 「여말선초 도학의 성격과 도통론」을 읽고 2020.07.07 심예인의 논문 「여말선초 도학의 성격과 도통론」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14~15세기의 도학과 도통론을 검토한 글이다. 이 논문의 핵심적인 목적은 정몽주에서 조광조로 이어지는 16세기 이후의 도학과 도통론으로 조선시대 전체의 도학과 도통론을 이해하려는 기존 연구의 경향을 수정하는 것이다. 저자의 논의에 따르면, 도학의 성격은 시기에 따라 달라졌다. 16세기의 도학이 ‘절의실천적’인 것이었다면, 15세기의 도학은 경학을 바탕으로 ‘경세실천’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도통론도 마찬가지였다. 16세기 이후의 도통론과는 사뭇 다른 도통론이 14~15세기에 이미 존재했고, 그 내용은 16세기의 도통과는 매우 달랐다. 16세기 이후의 도통이 주로 문묘에 .. 2020. 7. 8.
정도전의 정치사상과 ‘心’ 정도전의 정치사상과 ‘心’ 2020.05.08 그동안 정도전은 이른바 ‘신권중심론자’의 상징적인 인물로 간주되었다. 기존 한국사 연구에 따르면, 정도전은 왕권보다는 재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가체제를 상정했다고 한다. 혈연에 따라 왕위가 세습되는 사회에서 국정은 국왕 개인의 인격과 역량에 따라 잘 다스려질 수도, 엉망이 될 수도 있었다. 정도전은 그런 정치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재상 중심의 국정 운영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정도전에게 국왕은 재상과 한두 가지 나랏일을 의논하는 도덕적 상징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송재혁은 이런 견해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송재혁의 주장은 매우 명확하다. 그는 기존 한국사 연구자들이 정도전의 정치질서 구상을 의원내각제 혹은 입헌군주제에 유비해 왔다고 지.. 2020. 7. 7.
보편문화와 고려 현실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고려 관제 보편문화와 고려 현실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고려 관제 - 김대식, 2007, 『고려전기 중앙관제의 성립』, 경인문화사 - 2020.02.23 고려는 자국의 정치제도를 정비하면서 당의 관제(官制)를 받아들였다. 그 핵심은 바로 ‘3성 6부제’다. 고려는 이 제도를 자국의 실정에 맞게 조정해서 2성 6부 형태의 중앙관제를 마련했다. 중국의 제도를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독자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런 설명은 지금껏 고려의 정치제도에 관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전통적인 관제와는 매우 이질적인 당의 관제가 어떻게 별다른 저항 없이 고려에 도입될 수 있었을까? 정작 율령제에 기초한 3성 6부제가 당의 정치제도로 기능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면 고려가 받아들인 3성 6부의 실체는.. 2020. 3. 19.
고려 전기의 역사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고려 전기의 역사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 한정수, 2007, 『한국 중세 유교정치사상과 농업』, 혜안 - 2020.02.14. 이른바 ‘나말여초’(羅末麗初)라 불리는 시기의 농업은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졌을까? 당시의 농업생산량은 증가하는 중이었을까? 과연 새롭게 등장한 지배층은 어떤 존재인가? 큰 폭의 사회변동 속에서 사회의 성격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그런 변화 속에서 건국된 고려의 역사적 위상은 무엇일까? 대개 이런 질문들은 한국사의 ‘발전’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역사 발전에 관한 생각과 별개로, 이 문제들이 9~10세기의 역사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한국사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한정수의 저서 『한국.. 2020. 3. 4.
고려를 ‘고려답게’ 이해하려는 노력의 성과물 고려를 ‘고려답게’ 이해하려는 노력의 성과물 - 노명호, 2019,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의 사료적 특성』, 지식산업사 - 2020.02.13. 지금까지 축적된 고려시대사 연구 성과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고려의 정치제도와 국정운영, 사회경제적 구조, 사상적 지형 등 고려시대사 전반에 걸쳐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설명들이 얼마나 고려를 고려답게 설명한 것일까? 이 물음은 노명호의 저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의 사료적 특성』(지식산업사, 2019)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질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간의 고려시대사 서술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제점은 고려시대사 연구의 기본 자료인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한다. 저자는 고려의 황제제도와 .. 2020.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