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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비망록8

비망록 16: 봄이 되어 꽃은 피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문득, 삶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지겹기도 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일상에 별로 미련은 없다. 나는 내 일상에 최선을 다했다. 이만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할 만큼 했다. 오늘은 그런 생각들을 했다. 2024. 4. 1.
비망록 15: 이화동 오늘 밤에는 생각이 많아서 잠이 오질 않는다. 여태 잠들지 못해서 괴롭다. 1. 읽은 사료를 정리하던 한글 파일을 열었더니 마지막으로 사료를 읽은 날짜가 작년 5월 말로 표기되어 있다. 새삼스럽지만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그동안 빈둥거린 것도 아니고 잠이라도 실컷 잔 것도 아닌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한 걸까? 글을 쓰려고 해도 아무 생각이 없어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이니 부끄럽다. 내가 일과 본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완전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이런저런 일을 부여잡고서 넋놓고 있는 내게 본업을 놓지 말라고 진지하게 충고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그들에게 참 감사하다. 이제 정신 좀 차려야지. 2. 요즘 자꾸 해야 할 일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도대.. 2024. 1. 31.
비망록 14: 하루 1. 어느새 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각난다. 분주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도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다만 내 일상을 돌아보고 성찰할 여유들이 점점 줄어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성찰하는 데 게을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삶과 마음을 잘 가꾸어나가고 싶다. 내게 그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똑같이 중요한 일이다. 2. 나는 내가 엄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너무 게으르고 산만하고 느슨한 사람이다. 그런 내 모습이 항상 불만족스럽다. 더 부지런했으면 좋겠고, 더 질서정연하고 정돈된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좀 더 꼼꼼.. 2023. 12. 29.
비망록 13: 앵콜요청금지 오랜만에 끄적거리는 잡생각들. 1.요즘 부쩍 내 블로그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졌다. 너무 민망해서 자꾸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게 된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는 억울함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만났던 선배 중에는 한심한 사람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내 과제를 표절하고도 너무나 떳떳했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과제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뜬금없이 과제를 해달라며 메일을 보내놓고 밤새 술을 마시러 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듣기로는, 그 선배들이 뒤에서 내가 ‘깍쟁이’처럼 군다고 흉을 보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그런 비난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에게 표절과 과제 대리는 친한 사람끼리 으.. 2023. 11. 12.
비망록 12: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1. 이른바 '세속적인'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애쓴 만큼 보상이 주어지면 좋은 일이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낙담하지 않는다. 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내 삶을 잘 가꿔 나가는 일이고, 내게 그것은 마음을 잘 키워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이다. 2. 다른 사람에게 별로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는데, 내 자신에게는 늘 불안함을 느낀다. 내 마음이 언제 교만해지고 간사해지고 나태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 켠에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교만하고 간사하고 나태한 마음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싶다. 2023. 9. 12.
비망록 11: 야상곡 본인 인생은 혼자 알아서 사는 것이라고 되뇌면서 하루하루 버티던 때도 있었다. 슬픔과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 넘치던 시절의 일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막막하고, 그래서 내 삶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나 위로 같은 건 별로 기대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마다 곁에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일상이 순탄할 때나 어려울 때나 늘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내가 잘못한 것들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내 일을 마치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해주었다. 그런 마음들이 참 고맙다. 어려운 순간들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내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2023. 7. 16.
비망록 10: 봄날은 간다 지금껏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사람은 여전히 곁에 남아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거나 마음이 바뀌면서 지나간 인연들도 있다. 오늘 밤에는 괜히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십년 전에 듣던 노랫말을 여전히 곱씹게 되는 밤이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2023. 4. 23.
비망록 5: 학위논문 어느새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 들어온 지 꼭 다섯 학기 만의 일이다. 초고를 쓰기 시작한 시점이 올해 1월이었는데, 벌써 여름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시간이 정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과연 얼마나 완성도 있고 재미있는 글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후회나 미련은 없다. 얼마나 짜임새 있는 논문을 썼는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내게는 무사히 삶의 한 과정을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대학을 졸업하던 4년 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살아가는 일에 넌더리가 났다. 먹고 자는 아주 평범한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런 내가 삶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나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어 참 기쁘다. 이.. 2021.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