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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68

[리뷰] 곽광 고사의 정치적 활용 양상 일고 최혜미, 2018, 곽광 고사의 정치적 활용 양상 일고, 근역한문학회(49) 2024.03.31 이 글은 한나라 권신 곽광의 고사가 조선 전기에 어떤 방식으로 독해되었는가에 주목한다. 곽광의 고사가 특정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담아 활용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보면 조선 지배층이 곽광 고사를 언급한 사례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분석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발화가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저자는 이 글에서 그 작업을 수행했다. 저자에 의하면, 조선에서는 중종반정을 기점으로 곽광에 대한 평가와 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의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본래 중국에서 곽광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 .. 2024. 4. 1.
조선 초 문물제도 정비의 역사성과 보편문화 요즘은 조금 주춤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대체로 조선 초기 문물제도 정비를 ‘보편문화의 수용’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하고 평가해왔다. 과거의 연구들이 주로 민족주의 혹은 역사발전론의 관점에서 조선 초기 문물제도의 ‘자주성’을 강조했다면, 최근 연구들은 ‘당대의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며 조선 초기 문물제도의 역사성을 재평가한다.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 비추어보면 조선 초의 문물제도 정비는 ‘중화’로 표현되는 당대의 보편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일국사적인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보편문명’이라는 측면에서 조선 초기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한다는 강점이 있다. 더구나 조선 초의 정치가들이 ‘제후국의 명분’을 중요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설명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의.. 2024. 1. 19.
국장도감 도청의궤 각 편목의 기능 국장도감 도청의궤 각 편목의 기능 2022.06.29 도청의궤에서 국장의 실질적 업무과 관련된 항목은 계사질ㆍ장계질ㆍ이문질ㆍ내관질ㆍ품목질ㆍ감결질ㆍ예관질ㆍ의주질이다. 비록 현종 국장 때는 이문질과 내관질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현종의궤』 이후의 의궤들은 이 항목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계사질부터 의주질까지의 항목이 도청의궤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내용임을 보여준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도청의궤를 구성하는 편목들의 순서가 『현종의궤』 이후로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의궤가 국가 행사를 일정한 체계에 따라 정리하기 위한 텍스트라면, 도청의궤 편목의 순서는 그 ‘체계’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영조국장도감』을 중심으로 각 편목을 구성하는 내용과 특징을 .. 2023. 3. 29.
국장도감 도청의궤 편목 구성의 변화 국장도감 도청의궤 편목 구성의 변화 2022.06.29 도청의궤가 포함된 가장 오래된 국장도감의궤는 바로 『인조국장도감의궤』(1649)다. 여기서는 이 의궤를 기준으로 이후의 도청의궤 체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인조국장도감의궤』(이하 『인조의궤』)부터 『영조국장도감의궤』(이하 『영조의궤』)까지 국왕 국장도감 도청의궤 체재를 살펴보면 아래의 과 같다. 『인조의궤』가 17-18세기의 나머지 의궤와 구분되는 가시적인 차이점은 총목차가 없다는 점이다. 그 체재에 ‘좌목’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내용상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효종의궤』에서 『영조의궤』의 총목차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좌목’인데, 이 항목은 이조단자와 도감사목단자로 구성되었다. 『인조의궤』에도 책머리.. 2022. 9. 22.
인정과 의리의 갈등, 법과 윤리의 간극 인정과 의리의 갈등, 법과 윤리의 간극 20220704 1. 정경문 살해사건의 경위와 처분 황해도 해주에서 정경문鄭景文이라는 사람이 과부寡婦인 조씨趙氏와 간통하다가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86년(정조 10) 11월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과 결과는 『일성록』과 『심리록』, 『추관지』와 『흠흠신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이 기록들을 토대로 사건의 경과와 결과를 검토할 것이다. 굳이 이 사건을 검토하려는 이유는 실행失行한 사족 여성에 대한 사건 관련자와 국가의 태도에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려 한다. 일단 사건의 개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경문과 밀회를 나눈 조씨는 사족 여성으로 이씨 집안에 시집갔다가 일찍 남편을 여.. 2022. 7. 4.
정시한의 율곡 비판 전략과 의도 정시한의 율곡 비판 전략과 의도 2022.06.13. 1. 들어가며 2. 퇴계의 「심통성정도」와 율곡의 비판 3. 정시한의 퇴계 지지와 율곡 비판 (1) 퇴계 학설 ‘답습’의 의도 (2) 퇴계 학설 중심의 율곡 비판과 ‘이단화’ 4. 나가며 1. 들어가며 17세기는 퇴계와 율곡의 학설을 둘러싸고 다양한 학술 담론이 등장하던 시기다. 한편에는 율곡학파가 형성되었다. 주로 서인계 인물들로 구성된 이들은 정치적으로 결집하는 과정에서 율곡의 저술을 모으고 문집을 간행하는 학술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율곡을 문묘에 배향하려는 시도 역시 그런 노력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에는 그런 움직임에 대응해서 퇴계의 학설을 중심으로 율곡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愚潭 丁時翰(1625~1707)도 그중.. 2022. 6. 21.
『영조국장도감의궤』의 목차 구성과 도청 인원 운용 『영조국장도감의궤』의 목차 구성과 도청 인원 운용 2022.04.20. 1. 의궤의 목차와 구성 • 座目: 19개 항목으로 구성 ‣ 영조국장도감의궤는 도감 좌목과 실제 구성이 대체로 일치 ‣ 도청의궤 중 [서계]는 좌목에 반영되지 않음 ‣ 일방~삼방의궤까지의 세부 목차는 반영되지 않음 • 국장도감의궤 간의 목차 비교 • 일방~삼방의궤의 세부 목차 비교 ‣ 일방의궤: 감결질, 반차도 → 일방의 기능과 관련 ① 역할: 大轝ㆍ靈座交椅ㆍ肩輿ㆍ腰輿ㆍ彩輿 등 제작 - 상여 행렬의 핵심 요소 → 발인 전반을 관할했을 것 ② 감결질: 발인 습의와 관련된 세부 사항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 (cf. 이방 – 吉儀仗ㆍ凶儀仗) 3차 습의 및 발인 때 吉儀仗은 全數 숭정문 밖의 신련이 있는 곳에 줄지어 늘어놓을 일. 【이방】 ∴.. 2022. 5. 9.
조선 전기 유학사 연구 살펴보기 조선 전기 유학사 연구 살펴보기 2022.03.28. 이 글은 조선 건국에서부터 16세기까지를 다룬 조선 유학사 연구의 성과를 대략적으로 개괄한 것이다. 다만 조선 건국과 성리학의 관계는 그간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사안이기 때문에 14세기 말도 논의 범위에 포함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조선 전기’로 분류되고, 그 핵심적인 특징으로 ‘유교화’가 언급된다. 유교화를 보여주는 지표에는 정치세력, 사회구조, 친족질서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짧은 글에서 그 많은 주제를 모두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성리학을 주로 정치이념으로 간주하고 탐구한 논저를 중심으로 조선 전기의 유교사를 개괄하려 한다. 1. 조선 건국과 성리학 그동안 조선 건국은 고려 후기 사회변동의 결과.. 2022. 3. 28.
『삼현수간』중 송익필과 이이의 편지 『삼현수간』: 송익필과 이이의 편지 2022.03.21. 1. 간찰의 개요 여기에서 다룰 두 편의 간찰은 『삼현수간』에 실린 것이다. “三賢手簡”이라는 제목은 곧 세 현인, 즉 성혼ㆍ이이ㆍ송익필의 서신을 가리킨다. 즉, 『삼현수간』은 세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것이다. 그 원형은 본래 송익필의 문집 『龜峯集』에 실린 「玄繩編」으로 모두 98편의 편지가 실려있다. 그중 16편은 세 사람의 문집에 실리지 않은 편지다. 그런 점에서 『삼현수간』의 본래 명칭은 「玄繩編」이며 ‘삼현수간’이라는 제목은 후대에 붙인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현승편」에 실린 송익필의 自序에는 세 사람의 편지를 묶은 경위를 간략히 적었다. 그 아들 宋就大가 임진왜란 이후에 세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수습했고, 그것을 책으로 엮었다.. 2022. 3. 22.
[동문선]『경제육전원집상절』의 서문(권채) 권채, 「經濟六典元集詳節序」(『東文選』 93) 2022.02.21. ▣임용한, 1999, 「朝鮮初期 法典 편찬과 편찬원리」, 『韓國思想과 文化』 6 ▣임용한, 2003, 「『경제육전속집상절』의 간행과 그 의의」, 『朝鮮時代史學報』 25 ▣윤훈표, 2003, 「경제육전의 편찬과 주도층의 변화」, 『동방학지』 121 (1) 『경제육전』의 편찬 과정 『경제육전』은 처음 간행된 이후로 꾸준히 수정ㆍ증보되었는데, 대체로 『원전』을 두고 별도로 『속집』을 간행해서 수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해 나갔다. 『경제육전』은 태조 7년(1398)에 처음으로 간행되었고, 태종대에 새로운 규정들을 수록하면서 별도로 『속집상절』을 간행했다. 문제는 두 법전 사이에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조문이 존재한다는 데 있었다. 태종은 『속집상절.. 2022.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