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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비망록

비망록 11: 야상곡

by 衍坡 2023. 7. 16.


본인 인생은 혼자 알아서 사는 것이라고 되뇌면서 하루하루 버티던 때도 있었다. 슬픔과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 넘치던 시절의 일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막막하고, 그래서 내 삶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나 위로 같은 건 별로 기대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마다 곁에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일상이 순탄할 때나 어려울 때나 늘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내가 잘못한 것들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내 일을 마치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해주었다. 그런 마음들이 참 고맙다. 어려운 순간들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내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들 덕분이다.

여전히 본인의 삶은 본인이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까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만큼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내 자신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니까.

내 자신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간에 교만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게 마음을 내어 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려웠던 시간들을 버텨내니 그런 마음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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