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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자집/사서집주

[맹자] 양上-3. 흉년을 탓하지 마소서(王無罪歲)

by 衍坡 2018. 6. 7.

양혜왕장구上 (3) : 왕무죄세(王無罪歲)

 

 

 

흉년을 탓하지 마소서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 河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 河東凶, 亦然. 察鄰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 鄰國之民不加少, 寡人之民不加多, 何也?”

양혜왕이 말했다.

“과인은 나라에 마음을 다할 뿐입니다. 하내(河內: 지명)에 흉년이 들면 그곳의 백성을 하동(河東: 지명)으로 이동하게 하고 하내에 곡식을 옮겨가게 합니다. 하동에 흉년이 들면 역시 그렇게 합니다. 이웃 나라의 정치를 살펴보면, 과인이 마음을 쓰는 것처럼 하는 자가 없는데도 이웃나라 백성이 더 적어지지 않고 과인의 백성이 더 많자지지 않습니다. 어째서입니까?”

 

寡人, 諸侯自稱, 言寡德之人也. 河內ㆍ河東, 皆魏地. 凶, 歲不熟也. 移民以就食, 移粟以給其老稚之不能移者.

‘寡人’(과인)은 제후가 자신을 일컫는 것인데, ‘덕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河內’(하내)와 ‘河東’(하동)은 모두 위(魏)의 지명이다. ‘凶’(흉)은 한해의 농사가 잘 여물지 않은 것이다. 백성을 이동시켜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고, 곡식을 옮겨 이동할 수 없는 노인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다.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 曰: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 曰: “王如知此, 則無望民之多於鄰國也.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으로 비유할까 합니다. 둥둥둥 북이 울려서 병기를 맞부딪히며 싸우는데, 갑옷을 내버리고 무기를 질질 끌면서 달아나 어떤 사람은 100보를 간 뒤에야 멈추었고, 어떤 사람은 50보를 간 뒤에야 멈추었습니다. 50보 달아난 것으로 100보 달아난 것을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안 됩니다. 단지 100보를 달아난 것이 아닐 뿐이지 그 역시 달아난 것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이것을 아신다면 백성이 이웃나라보다 많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塡, 鼓音也. 兵以鼓進, 以金退. 直, 猶但也. 言此以譬鄰國不恤其民, 惠王能行小惠, 然皆不能行王道, 以養其民, 不可以此而笑彼也. 楊氏曰: “移民移粟, 荒政之所不廢也. 然不能行先王之道, 而徒以是爲盡心焉則末矣.”

‘塡’(전)은 북소리다. 군대는 북소리로 진군하고 징소리로 퇴각한다. ‘直’(직)은 ‘但’[다만]과 같다. 이것을 이야기하여 ‘이웃나라가 자신들의 백성을 구휼하지 않고 혜왕은 작은 은혜를 베풀지만, 모두 왕도를 행하여 자신들의 백성을 기르지는 못하니 이것으로 저것을 비웃을 수 없다’고 비유한 것이다.

양씨[楊時]가 말했다. “백성을 이동하게 하고 곡식을 옮기는 것은 구황정책에서 그만둘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선왕(先王)의 도를 행하지 못하면서 한갓 이것만으로 마음을 다한다고 여긴다면 근본에서 벗어난 것이다.”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不入洿池, 魚鼈不可勝食也.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 穀與魚鼈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 無憾也. 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

농사철을 어기지 않게 하면 곡식이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아질 것입니다. 촘촘한 그물을 연못에 넣지 못하게 하면 해산물은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것입니다. 도끼를 적절한 때에 산림에 들이게 한다면 재목(材木)이 이루 다 쓸 수 없을 만큼 많아질 것입니다. 곡식과 해산물이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이고 재목이 이루 다 쓸 수 없을 정도라면 이는 백성이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데 유감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데 유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 왕도(王道)의 시작입니다.

 

農時, 謂春耕夏耘秋收之時. 凡有興作, 不違此時, 至冬乃役之也. 不可勝食, 言多也. 數, 密也. 罟, 網也. 洿, 窊下之地, 水所聚也. 古者, 網罟必用四寸之目, 魚不滿尺, 市不得粥, 人不得食. 山林川澤, 與民共之, 而有厲禁, 草木零落然後, 斧斤入焉. 此皆爲治之初, 法制未備, 且因天地自然之利, 而撙節愛養之事也. 然飮食宮室, 所以養生, 祭祀棺槨, 所以送死, 皆民所急而不可無者. 今皆有以資之, 則人無所恨矣. 王道以得民心爲本, 故以此爲王道之始.

‘農時’(농시)는 봄에 밭 갈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에 수확하는 때를 말한다. 대체로 공역[興作]이 있으면 이때(농사철)을 어기지 않고 겨울이 되어서야 부역하게 한다. ‘不可勝食’(불가승식)은 많다는 것을 말한다. ‘數’(촉)은 촘촘하다는 뜻이다. ‘罟’(고)는 그물이다. ‘洿’(오)는 움푹 패여 낮은[窊下] 땅으로 물이 모이는 곳이다. 옛날에는 그물은 반드시 그물눈이 4촌인 것을 사용했고, 물고기의 크기가 한 척을 채우지 못하면 시장에서 팔지 못하고 사람들이 먹을 수도 없었다. 산림(山林)과 천택(川澤)은 백성과 공유하였는데 엄격한 금법(禁法)이 있어서 초목이 시든 뒤에야 도끼를 들일 수 있었다. 이는 모두 다스림이 시작된 초기에 법제가 미비하고 천지자연의 이로움에 의지하여 아껴 쓰고 사랑하여 기르던 일이다. 그러나 음식과 집[宮室]은 산 사람을 봉양하는 것이고, 제사와 관곽(棺槨)은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것이니 모두 백성에게 긴요한 것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을 모두 갖추어 준다면 사람들이 한스럽게 여길 것이 없을 것이다. 왕도는 백성의 마음을 근본으로 삼기 때문에 이것을 왕도의 시작으로 삼은 것이다.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雞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百畝之田, 勿奪其時, 數口之家可以無飢矣.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未之有也.

5묘의 택지(宅地)에 뽕나무를 심어주면 50세 된 사람들이 비단옷을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축[雞豚狗彘]을 기르는 데 번식할 때를 놓치지 않게 한다면 70세 된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100묘의 밭에 농사지을 때를 빼앗지 않는다면 여러 식구가 사는 가구에 굶주림이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상서(庠序)의 가르침을 공손히 따르고 효제(孝悌)의 뜻을 거듭 실천한다면 노인[班白者]이 길에서 무거운 짐을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70세 된 사람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젊은 사람이 굶주리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게 되었는데도 천하에 왕노릇하지 못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五畝之宅, 一夫所受, 二畝半在田, 二畝半在邑. 田中不得有木, 恐妨五穀, 故於牆下植桑, 以供蠶事. 五十始衰, 非帛不煖, 未五十者不得衣也. 畜, 養也. 時, 謂孕字之時, 如孟春犠性毋用牝之類也. 七十非肉不飽, 未七十者不得食也. 百畝之田, 亦一夫所受, 至此則經界正, 井地均, 無不受田之家矣. 庠序, 皆學名也. 申, 重也, 丁寧反覆之意. 善事父母爲孝, 善事兄長爲悌. 頒, 與斑同, 老人頭半白黑者也. 負, 任在背, 戴, 任在首. 夫民衣食不足, 則不暇治禮義, 而飽煖無敎, 則又近於禽獸. 故旣富而敎以孝悌, 則人知愛親敬長而代其勞, 不使之負戴於道路矣. 衣帛食肉但言七十, 擧重以見輕也. 黎, 黑也, 黎民, 黑髮之人, 猶秦言黔首也. 少壯之人, 雖不得衣帛食肉, 然亦不至於飢寒也. 此言盡法制品節之詳, 極財成輔相之道, 以左右民, 是王道之成也.

5묘의 택지는 한 사내가 받는 것이다. 2묘 반은 밭에 있고, 2묘 반은 마을에 있다. 밭에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것은 오곡이 익는 데 방해가 될까 염려해서다. 그래서 담장 아래에 뽕나무를 심어 잠사(蠶事)에 공급하게 한다. 50세가 되면 기력이 쇠하기 시작하니 비단옷이 아니면 따뜻해지지 못한다. 아직 50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입을 수 없다. ‘畜’(휵)은 기른다는 뜻이다. ‘時’(시)는 잉태하여 새끼를 낳는 때를 말하는데, 초봄에 희생(犧牲)으로 암컷을 쓰지 않는다는 등과 같다. 70세가 되면 고기가 아니면 배부를 수가 없다. 아직 70세가 되지 않은 자는 먹을 수 없다. 100묘의 밭도 한 사내가 받는 것이다. 이에 이르면 밭의 경계가 바로잡히고 정지(井地)가 균등해지며 밭을 받지 못한 가구가 없게 될 것이다. ‘庠’(상)과 ‘序’(서)는 모두 학교 이름이다. ‘申’(신)은 거듭한다는 뜻이니 정녕히 반복한다는 의미다.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을 효(孝)라 하고 웃어른을 잘 모시는 것을 제(悌)라 한다. ‘頒’(반)은 ‘斑’[절반]과 같다. 노인의 머리가 반씩 희고 검은 것이다. ‘負’(부)는 짐이 등에 있는 것이고, ‘戴’(대)는 짐이 머리에 있는 것이다. 백성은 입을 것과 먹을 것이 부족하면 예의(例義)를 익힐 겨를이 없고, 배부르고 따뜻해지더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또 금수에 가까워진다. 그러므로 부유하게 해주고 나서 효제(孝悌)를 가르치면, 사람들이 부모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게 되어 그들의 수고를 대신하고 그들에게 길에서 무거운 짐을 지거나 이지 않게 할 것이다. 비단옷 입고 고기 먹는 것에서 단지 70만을 말한 것은 무거운 것을 들어서 가벼운 것을 보이는 것이다. ‘黎’(여)는 검다는 뜻이다. ‘黎民’(여민)은 머리카락이 검은 사람이니 진(秦)나라 말로 ‘黔首’(검수)와 같다. 젊고 건장한 사람은 비록 비단옷을 입지 못하고 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 이는 법제(法制)와 품절(品節)의 상세함을 다 갖추고, 지나침을 억제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는[財成輔相] 도를 지극하게 하여 백성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왕도의 완성이다.

 

 

狗彘食人食而不知檢, 塗有餓莩而不知發, 人死, 則曰: ‘非我也, 歲也.’ 是何異於刺人而殺之, 曰: ‘非我也, 兵也.’ 王無罪歲, 斯天下之民至焉.

[지금은] 개와 돼지가 사람의 음식을 먹는데도 단속할 줄 모르고 길에 굶어죽는 사람이 있어도 창고를 열어 구휼할 줄을 모릅니다. 사람이 죽으면 ‘내 탓이 아니라 흉년 탓이다’라고 하니, 이것이 사람을 찔러 죽이고 ‘내 탓이 아니라 무기 탓이다’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왕께서 한해의 농사를 탓하지 않으시면 이 천하의 백성들이 왕에게로 이를 것입니다.

 

檢, 制也. 莩, 餓死人也. 發, 發倉廩, 以賑貸也. 歲, 謂歲之豐凶也. 惠王不能制民之産, 又使狗彘得以食人之食, 則與先王制度品節之意異矣. 至於民飢而死, 猶不知發, 則其所移特民間之粟而已. 乃以民不加多歸罪於歲凶, 是知刃之殺人, 而不知操刃者之殺人也. 不罪歲, 則必能自反, 而益修其政, 天下之民至焉, 則不但多於鄰國而已.

‘檢’(검)은 제재한다는 것이다. ‘莩’(표)는 굶어 죽는 사람이다. ‘發’(발)은 창고[倉廩]을 열어서 진대(賑貸)하는 것이다. ‘歲’(세)는 한해 농사의 풍흉(豐凶)이다. 혜왕은 백성의 산업을 만들어주지도 못하면서 개와 돼지가 사람의 음식을 먹게 했으니  선왕이 만든 제도(制度)ㆍ품절(品節)의 의미와는 다르다. 사람이 굶어 죽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창고를 열어 구휼할 줄 몰랐다면, 그가 옮긴 것은 단지 민간(民間)의 곡식이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백성이 더 많아지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잘못을 흉년으로 돌리니 이는 칼날이 사람을 죽인 것을 알면서 칼을 잡은 사람이 사람을 죽인 것은 모르는 것이다. 한해 농사를 탓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자신을 반성하고 정치를 더욱 가다듬을 것이니, 천하의 백성이 몰려오는 것이 단지 이웃나라보다 많을 뿐만은 아닐 것이다.

 

○程子曰: “孟子之論王道, 不過如此, 可謂實矣.” 又曰: “孔子之時, 周室雖微, 天下猶知尊周之爲義. 故春秋以尊周爲本. 至孟子時, 七國爭雄天下, 不復知有周, 而生民之塗炭已極. 當是時, 諸侯能行王道, 則可以王矣. 此孟子所以勸齊梁之君也. 蓋王者天下之義主也, 聖賢亦何心哉! 視天命之改與未改耳.”

정자(程子)가 말했다.

“맹자가 왕도를 논한 것이 이와 같음에 지나지 않으니 실질적이라고 할 만하다.”

또 말했다.

“공자 때는 주(周) 왕실이 비록 미약했으나 온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주를 존숭하는 것이 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춘추』는 주에 대한 존숭을 근본으로 삼은 것이다. 맹자 때에 이르러서는 일곱 나라가 천하를 두고 패권을 다퉈 주가 있음을 다시는 알지 못했고, 백성[生民]의 도탄(塗炭)은 극심했다. 당시에 제후들이 왕도를 행할 수 있었다면 천하에 왕노릇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맹자가 왕도를 가지고 제(齊)와 양(梁)의 군주를 권면한 이유다. 왕자(王者)는 천하의 의로운 주인이니 성현이 어떤 마음이었겠는가? 천명이 바뀌었는가 아직 바뀌지 않았는가를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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