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사자집/고문진보

굴원 - 어부사(漁父辭)

by 衍坡 2018. 5. 11.

어부사(漁父辭)


굴원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

굴원이 쫓겨나 강과 연못에서 노닐어 호숫가에서 시를 읊으며 걷는데 안색은 초췌하고 용모는 파리했다.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

어부가 그를 보고 물었다. “당신은 삼려대부가 아니십니까?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굴원이 말했다.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홀로 맑고, 뭇사람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으니 이 때문에 쫓겨난 것이오.”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世人皆濁, 何不淈其泥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餔其糟而歠其醨? 何故深思高擧, 自令放爲?”

어부가 말했다.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구애되지 않고 세상과 함께 변해 옮아갑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흐리다면 어째서 진흙을  휘젓고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뭇사람이 모두 취했다면 어째서 술지게미를 먹고 밑술을 들이키지 않습니까? 어째서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해서 스스로 쫓겨나게 합니까?”


ㆍ歠(철): 들이마시다

ㆍ醨(리): 묽은 술



屈原曰: “吾聞之, 新沐者, 必彈冠, 新浴者, 必振衣, 安能以身之察察, 受物之汶汶者乎? 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

굴원이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관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했소. 어찌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물건을 받는다는 말이오? 차라리 상수(湘水)의 흐르는 물에 뛰어들어 강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희고 흰 몸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쓸 수 있겠는가?


ㆍ彈冠(탄관): 관의 먼지를 털다

ㆍ察察(찰찰): 맑고 깨끗한

ㆍ汶汶(문문): 더럽고 욕된



漁父莞爾而笑, 鼓枻而去, 乃歌曰: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노를 두드려 떠나가며 노래했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 어부는 마침내 떠나버려 다시는 그와 말하지 못했다.


ㆍ莞爾(완이): 빙그레 웃는 모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