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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조선시대 기록 읽기

[삼봉집] 어휘 표덕설을 지어 올리는 전문

by 衍坡 2020. 5. 25.

어휘표덕설을 지어 올리는 전문(1392)

撰進御諱表德說


정도전





① 臣言. 今月十日, 伏蒙都承旨臣閔汝翼傳奉王旨, 令臣撰到表德投進. 臣聞唐帝以堯爲名, 其號曰放勳. 虞舜之重華, 夏禹之文命, 皆其號也. 至周文盛, 有名則有字. 天子諸侯皆字之曰某甫, 卿大夫以下亦然. 由是觀之, 幼則名之, 冠則字之, 所以別長幼而責成人之道也. 恭惟殿下卽位之初, 更名某, 告于天子則天子受之, 告于宗廟則宗廟饗之. 名之所在, 實必從之, 今人謂字曰表德, 德其實也.

② 盛德如天之日, 非小臣所能摸擬, 然靑天白日, 有目者所共覩, 臣敢竭愚慮, 請以君晉爲獻. 臣謹按, 從日從一, 日出之始也. 晉, 明升之義. 天日之升, 其明廣照而陰翳消釋, 萬象昭然, 卽人君初政之淸明, 而群邪屛息, 萬法俱新也. 天日旣升, 其明漸進, 卽人君始自踐阼, 傳于千萬世也. 詩曰如日之升, 是也. 伏望殿下體周雅之格言, 動法於日, 循是名而致是實, 不勝幸甚.



① 신은 아룁니다. 이번 달 10일에 도승지 민여익(閔汝翼)이 전한 왕지(王旨)를 받아보니 신에게 표덕(表德)을 지어 바치게 하셨습니다. 신이 듣기로 당제(唐帝)는 자신의 이름을 ‘요’(堯)라고 짓고는 자신의 호를 ‘방훈’(放勳)이라 했습니다. 우순(虞舜)의 ‘중화’(重華)와 하우(夏禹)의 ‘문명’(文命)도 모도 그들의 호입니다. 주나라에 이르러서 문물이 성대해지자 이름이 있으면 자(字)가 있게 되었습니다. 천자와 제후가 모두 ‘~보’[某甫]라고 자를 지어서 붙였고, 경과 대부 이하의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보면, 어릴 적에 이름을 짓고 관례를 올릴 적에 자를 지은 것은 어른과 아이를 구별하고 성인(成人)의 도리를 요구한 것입니다. 공손히 생각해보면 전하께서는 즉위하셨던 초기에 이름을 ○[某]라고 고치셨는데, 그것을 천자에게 알리자 천자가 받아들였고 종묘에 알리자 종묘의 영령이 흠향(歆饗)했습니다. 이름이 있는 곳에 실상이 틀림없이 따르게 되어 있으므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자를 ‘표덕’(表德)이라 부르는데, 그 실상을 덕스럽게 하려는 것입니다.


② 전하의 성덕(盛德)은 하늘의 해와 같아서 소신(小臣)이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푸른 하늘에 있는 밝은 해는 눈이 있는 자는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니 신은 어리석은 생각을 다 쥐어짜서 ‘군진’(君晉)이라는 호를 지어서 바칩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日’에 ‘一’을 놓은 것은 해가 뜨기 시작함을 말합니다. ‘晉’은 밝게 떠오른다는 뜻입니다. 하늘의 해가 떠오르면 그 빛이 밝게 비추어서 가려지고 막힌 것이 사라져서 만물[萬象]이 환해질 것입니다. 이것은 곧 임금이 처음에 펴는 정치가 맑고 밝아서 사악한 것들이 사라지고 모든 법이 한꺼번에 새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늘의 해가 떠오른 뒤에 그 빛이 점점 더 밝아지는 것은 임금이 처음에 즉위[踐祚]해서 보위를 천만 대에 이르기까지 전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경』에 ‘해가 떠오르 듯하다’[如日之升]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주아(周雅)의 격언을 체득해서 매번 해를 본받으시고 이름을 따라서 실상을 부합하게 하신다면 정말로 다행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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