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16 ‘기레기’가 판치는 세상 ‘기레기’가 판치는 세상 2018.06.01.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무겁다. 그들에게는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책임이 있다. 언론은 그래서 시민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하지만 막상 ‘기레기’라는 조롱이 난무하는 현실을 보면 한국 언론이 시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도대체 왜 시민들은 언론을 믿지 않는가? 추측컨대 언론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그 자체가 권력인데 도대체 누가 누구를 견제한다는 말인가? 국가 권력과 자본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 도대체 얼마나 공정할 수 있는가? 언론은 언론계 외부의 비판에 얼마나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들은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수렴된다. 언론은 과연 스스로 얼마나 엄격한 비판과 성찰의 잣대를 들이대고 .. 2018. 6. 1. 학문과 동굴의 비유 학문과 동굴의 비유 2017.04.14 지식은 반드시 지금 이 세상의 문제들을 설명하는 데 기여해야 하는가? 학문이 반드시 현실의 문제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내가 읽고 쓰고 사유하는 활동은 반드시 나 자신이 마주한 세상과 호흡해야 하는가? 공부하는 이들이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혼란한 세상에 뜻을 거두고 내 한 몸을 보전하며 읽고 쓰는 활동은 무의미한 것인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가 『국가』의 ‘동굴의 비유’가 떠올랐다. 어쩌면 동굴의 비유를 통해 소크라테스 또는 플라톤이 답하고 싶었던 문제도 내가 던진 질문과 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굴의 비유는 이런 것이다. ‘동굴 안쪽 벽을 향해 묶인 죄수들은 벽에 비추어지는 온갖 인공물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이 그림자를 만들어내.. 2018. 5. 10. 진짜 민주주의? 진짜 민주주의? 2018.04.26 한국은 ‘진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에 실린 한 기사를 읽으며 떠오른 물음이다. (기 소르망 “한국은 가짜 민주주의 체제…대통령 권한 내려놓아야”) 이 기사는 프랑스의 학자 기 소르망(Guy Sorman)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세계적 석학으로 명성을 얻은 그의 한결 같은 관심사는 주로 인권과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등에 관한 것이다.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대개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계 미국인 학자 기 소르망 기 소르망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현안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 현안 중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개헌 .. 2018. 4. 26. '문빠'는 옳은가? '문빠'는 옳은가? 2017.05.18. 이른바 ‘문빠’를 좋아하지 않는다.[각주:1]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문재인을 싫어하는 것과 ‘문빠’를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나는 문재인을 존경하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만, ‘문빠’는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문빠’가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 나름의 이유를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이 문재인 또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태도는 전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러한 태도가 박근혜 탄핵 당시 태극기를 들고 나오던 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05) 노무현ㆍ문재인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이명.. 2018. 4. 18. '영원한 제국'의 몰락과 21세기 한국 사회 '영원한 제국'의 몰락과 21세기 한국 사회 1. ‘영원한 제국’의 절대계몽군주 정조 이화여대 교수 류철균이 몰락했다. 그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함께 밝혀진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의 핵심인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금은 곡학아세(曲學阿世)한 인물로 더 유명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이름을 날린 소설가였다. 특히 그의 소설 『영원한 제국』(1993)은 정조를 조선의 개혁을 추구하는 절대계몽군주로 재해석함으로써 ‘정조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중이 정조를 ‘개혁군주’로 인식하게 된 데는 이인화의 소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이인화는 왜 정조를 절대계몽군주로 평가한 것일까? 과연 그러한 .. 2018. 4. 14. 대학에 역사학과가 대체 왜 필요한가? 대학에 역사학과가 대체 왜 필요한가? 2018.03.11. 한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본래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막상 대학을 떠나고 보니 대학원의 문턱을 넘는 일이 진정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 의구심은 곧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졌다. 막상 내 자신이 갖춘 조건들을 따져가는 과정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공과 상관없는 회사에 입사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거나, 숱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그러나 지금 당장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돌이켜보면 대학을 다니는 동안 나름대로 성실하게 공부했다. 내가 속했던 학과의 공식적인 교육 목표는 “한국사에 .. 2018. 4. 1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