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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12

종로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종로에 갔다. 종로가 알게 모르게 참 많이 바뀌었다. 20대의 기억이 많이 묻어있는 장소다. 그러나 이제 나는 20대가 아니고, 지나가는 것들을 보내주어야 한다.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관계 중 대부분은 사실 의미 없는, 나 혼자 붙들고 있는 것들이었다. 이제 그런 무의미한 관계들도 정리한다. 지금의 내 일상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2025. 5. 14.
완벽주의 점점 무언가를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게 된다. 종종 어떤 일들은 시작하지 않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 그렇게 행동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니 결국 내가 가진 완벽주의적인 강박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읽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교열 보듯이 읽게 되니 읽는 속도도 더디고 글도 잘 읽지 않게 된다. 글을 정리하려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내 말투로 소화해서 정리를 하려고 하니 정리를 하면 시간이 많이 든다. 일을 제대로 할 게 아니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은 "그런 식으로 일할 거면 애초에 시작을 하지마"이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 것 같다.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잘 참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2025. 5. 11.
백종원 ‘백종원 가맹점’ 영업 기간 3년…다른 가게들보다 훨씬 짧아(☞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유명 방송인 백종원이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산하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창업 이후 존속 기간이 평균 3년에 그친 것으로 분석v.daum.net대략 십 년 전 쯤에 종로 쪽의 "새마을식당"이라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내 입맛에는 음식이 너무 실망스러웠고, 그 뒤로는 "새마을식당"이라는 간판을 건 점포에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때는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그 식당이 백종원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의 브랜드라는 것은 당연히 알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백종원이 이런저런 방송에 출연해서 유명세를 얻게 된 뒤였다.백종원이 출연해서 음식 레시.. 2024. 8. 5.
평론가 천하람 비판 천하람의 토론을 듣다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그의 논점은 대개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 때가 많다. 현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고, 심지어 어느 때에는 특정한 사회 이슈의 본질을 전후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는 역량도 취약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컨대, 얼마 전 MBC의 '100분 토론'에서 저출산 문제를 젠더 갈등과 연결 짓는 것을 보고 내 이목을 의심했다(아래 영상 25분 37초부터). 정확한 사실 관계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지, 인과 관계가 불명확한 두 사안을 연결 짓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굳이 TV토론까지 나와서 저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문제 진단 자체가 형편 없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나? 25분 37초 이후이번에 KBS의 '더.. 2023. 4. 21.
MBC 계약직 아나운서 고용 분쟁에 관한 단상 MBC 계약직 아나운서 고용 분쟁에 관한 단상 2019.07.22. 1. MBC 아나운서는 왜 계약직 아나운서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가?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구나.” MBC 아나운서 손정은 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긴 글의 한 구절이다. 그는 밤새 고민한 끝에 어렵게 글을 썼다고 한다. 수신자는 MBC와 고용 문제를 두고 분쟁을 겪고 있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이었다. 그들이 MBC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한 직후의 일이었다. 손정은 아나운서의 편지는 기사화되어 빠르게 퍼져나갔다.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편에서는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다른 한편에서는 손정은 아나운서에게 거친 비난.. 2019. 7. 22.
바른정당 탈당 사태에 관한 단상 바른정당 탈당 사태에 관한 단상 2017.05.03 어제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탈당계를 접수하고 홍준표를 지지했다. 진심으로 화가 난다. 내가 바른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화를 참기 어렵다. “보수의 새 희망”을 운운하던 사람들이 고작 석 달 만에 “보수대결집”, “좌파집권 저지”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어떤 수준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절감했기 때문이다. 탈당을 선언한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대통령후보를 내버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보수결집”일 수 있는가? 본인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면 “좌파정권”의 등장을 막을 수 있나? 나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본인들이 자유한국당으.. 2018. 6. 6.
‘기레기’가 판치는 세상 ‘기레기’가 판치는 세상 2018.06.01.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무겁다. 그들에게는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책임이 있다. 언론은 그래서 시민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하지만 막상 ‘기레기’라는 조롱이 난무하는 현실을 보면 한국 언론이 시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도대체 왜 시민들은 언론을 믿지 않는가? 추측컨대 언론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그 자체가 권력인데 도대체 누가 누구를 견제한다는 말인가? 국가 권력과 자본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 도대체 얼마나 공정할 수 있는가? 언론은 언론계 외부의 비판에 얼마나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들은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수렴된다. 언론은 과연 스스로 얼마나 엄격한 비판과 성찰의 잣대를 들이대고 .. 2018. 6. 1.
학문과 동굴의 비유 학문과 동굴의 비유 2017.04.14 지식은 반드시 지금 이 세상의 문제들을 설명하는 데 기여해야 하는가? 학문이 반드시 현실의 문제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내가 읽고 쓰고 사유하는 활동은 반드시 나 자신이 마주한 세상과 호흡해야 하는가? 공부하는 이들이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혼란한 세상에 뜻을 거두고 내 한 몸을 보전하며 읽고 쓰는 활동은 무의미한 것인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가 『국가』의 ‘동굴의 비유’가 떠올랐다. 어쩌면 동굴의 비유를 통해 소크라테스 또는 플라톤이 답하고 싶었던 문제도 내가 던진 질문과 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굴의 비유는 이런 것이다. ‘동굴 안쪽 벽을 향해 묶인 죄수들은 벽에 비추어지는 온갖 인공물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이 그림자를 만들어내.. 2018. 5. 10.
진짜 민주주의? 진짜 민주주의? 2018.04.26 한국은 ‘진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에 실린 한 기사를 읽으며 떠오른 물음이다. (기 소르망 “한국은 가짜 민주주의 체제…대통령 권한 내려놓아야”) 이 기사는 프랑스의 학자 기 소르망(Guy Sorman)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세계적 석학으로 명성을 얻은 그의 한결 같은 관심사는 주로 인권과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등에 관한 것이다.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대개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계 미국인 학자 기 소르망 기 소르망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현안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 현안 중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개헌 .. 2018. 4. 26.
'문빠'는 옳은가? '문빠'는 옳은가? 2017.05.18. 이른바 ‘문빠’를 좋아하지 않는다.[각주:1]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문재인을 싫어하는 것과 ‘문빠’를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나는 문재인을 존경하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만, ‘문빠’는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문빠’가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 나름의 이유를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이 문재인 또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태도는 전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러한 태도가 박근혜 탄핵 당시 태극기를 들고 나오던 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05) 노무현ㆍ문재인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이명.. 2018.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