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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록/독서노트17

『공(空)이란 무엇인가』: 사물은 어떻게 존재하나 『공(空)이란 무엇인가』(김영진, 2009): 사물은 어떻게 존재하나  삼장법사와 손오공 『서유기』에 담긴 불교 개념1. 三藏(tripitka): 經·律·論 세 분야의 불교 텍스트를 지칭 → 불법 전체의 상징2. 悟空(慧): ‘空’을 깨닫는다는 의미대승불교는 모든 존재[諸法]이 공하다고 말한다. 한 사물, 한 인간에게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너라고 할 만한 게 없다. (…) 대승불교에서는 ‘나’라는 실체 없음을 공하다고 표현한다. (15~16면)‘공을 깨닫는다’는 말을 다른 불교 용어로 고치면 般若이다. 대승불교에서 반야는 존재의 본질[實相]에 대한 지혜다. (16면)八戒(戒): 不殺生 등 불교인이 삼갈 여덟 덕목 → 일상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3. 悟淨(定): 맑디맑은 본디 마음의 깨달음 → 의식의 .. 2024. 7. 18.
『역사의 풍경』: 시간과 공간(실증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존 루이스 개디스 저, 강규형 역, 『역사의 풍경』, 「시간과 공간」, 에코리브르 '실증주의'의 한계역사를 책상 위에 놓인 달력처럼 기술하는 방법은, 날씨, 수확량, 달의 차고 기움뿐 아니라 더욱 별난 현상들까지 꼼꼼히 기록해놓은 연대기의 형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철학자 헤이든 화이트(Hayden White)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일련의 사건을 엄격하게 일어난 순서대로 적다 보면 대체로 그 즉시 분명한 발단, 전개, 결말이 있는 이야기로 스스로 재조정되기 마련이다. (40면)화이트가 설명 방법을 논할 때, 진실로 말하고자 했단 바가 역사가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 (…) 어떤 것을 더 깊이 있게 다루고, 그래서 엄격한 연대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 2024. 7. 11.
맑스·엥겔스의 초기 사상 2강 맑스·엥겔스의 초기 사상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51~83면) 맑스의 초기 사상: 『1844년의 경제학-철학 초고』(1844),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들」(1845), 『독일 이데올로기』(1845~1846), 『공산당 선언』(1848) 자유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 맑스도 초기에 자유주의적인 정치 이념을 추구함. 이 시기에 맑스가 관계를 맺으며 비슷한 정치적 지향을 공유했던 이들이 소위 ‘청년헤겔학파’임. 청년헤겔학파는 헤겔의 초기 사상을 헤겔 사상의 핵심으로 이해하여 ‘급진적 정치철학자’로서의 헤겔을 부각하고자 함. 맑스는 곧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지게 되었음. 급진적 문필 활동으로 독일에서 추방당하고 떠돌던 그는 망명한 독일 노동자 집단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 2024. 3. 6.
자본주의의 발전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 1강 자본주의의 발전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25~49면) 자본주의의 발전과 사회주의의 등장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 유럽 국가는 식민지 점령과 해외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함. 특히 17세기 영국의 발전은 근대적 산업자본주의와 그 부산물인 자유주의를 낳았음. 18세기에 이르면 세계에 대한 유럽의 패권과 유럽 내에서 자본가들의 지배력이 공고해짐. 그리고 여전히 식민지 착취는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 조건이었음(사례: 영국의 노예무역).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지배계급인 부르주아지는 자신들의 지배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해줄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했음. 정치경.. 2024. 2. 28.
용어: 사회주의, 공산주의, 맑스주의 들어가면서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사회주의 17~18세기 영국에서 개인주의·자유주의 노선과 반대되는 사회사상의 노선을 사회주의로 호칭. 즉 사회를 바라볼 때 기본 단위를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보는 관점을 사회주의로 통칭. 자유주의와의 차이: 자유주의에서 자유의 주체는 ‘개인’이라면, 사회주의는 개인을 넘어서는 독자적 실체로서의 사회가 집단적 주체를 형성한다고 인식함. 소유권의 문제에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소유권)을 인정하지만, 사회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반대노선으로서 집단적 소유 혹은 사회적 소유를 주장함[※소유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 공산주의 공산주의(Communism)와 유사한 생각과 운동은 유럽 중세 말에 종교적인 차원에서 등장. 수도원 운동을.. 2024. 2. 23.
‘대동’, ‘소강’과 「예운」의 편성 연대 「예운」의 구성과 내용 「예운」은 『예기』의 아홉 번째 편이다. 주로 周禮의 기원과 발전, 변천과 운용 등을 논술하였으므로 ‘예운’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공자가어』의 「예운」은 개별적인 문자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이 편[『예기』의 「예운」]과 같다. 「예운」은 또 성왕 예제의 근거와 원칙, 예와 仁ㆍ义ㆍ乐ㆍ顺의 관계, 예제의 운행 규칙을 탐구한다. 특히 예가 사회를 다스리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사회가 “大順”의 경지에 도달하도록 했다. 「예운」은 예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준칙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까닭에 禮라는 것은 군주의 큰 權柄이니, 혐의를 분별하고 은미함을 밝히며 鬼神을 대접하고 制度를 상고하며 仁義를 구별하는 것으로, 政事를 다스리고 君主를 편안히 하는 方法.. 2022. 11. 9.
선진ㆍ진한 시대 월령 연구사 정리 서언 월령의 개념 월령은 중국 고대의 ‘時憲書’로 자연적 시간에 의지하여 인위적으로 설계한 시간적 규범이다. (…) 상고 시기의 월령은 판본이 많은데 주요 월령으로는 『夏小正』, 『일주서』의 「時月解」, 『呂氏春秋』의 ‘12기’, 『회남자』의 「時則」과 『예기』의 「월령」 등의 문헌이 있다. 그중에서 뒤에 언급한 세 개 문헌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월령 연구 월령의 정리와 연구는 전한[西漢] 말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 촉한[季漢] 이후로 청나라 말에 이르기까지 월령 문헌의 기원과 월령의 예제에 관한 연구는 계속 풍부하게 이루어졌다. 지난 반세기 이래로 죽간 및 백서 문헌이 점차 출토되면서 더욱 많은 월령의 판본과 관련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새로운 자료들은 더욱 다양한 연구 시각을 낳게 했다... 2022. 11. 9.
의고(疑古)와 신고(信古) 의고와 신고: 고대 중국 사상 연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원제: 疑古與信古之間-以古代中國思想的硏究爲例(林啓屏, 2007, 『從古典到正典』)] 2022.09.28 1. 서론 연구목적과 내용 출토문헌이 날로 많아지는 오늘날 다시 한번 고대 사상 연구의 문제와 의의를 면밀히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疑古 사조의 내용을 검토하고 王國維의 견해를 빌려 고대를 과도하게 의심하거나 신봉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연구 태도임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중용』에 대한 勞思光과 牟宗三 두 선생의 관점을 예로 들어 고대문헌, 특히 이론적 해석이 필요한 철학문헌에 대해 의고와 신고의 태도가 어떻게 학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반성을 제기하고 출토 문헌이 오늘날 고대 사상 연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 2022. 9. 29.
「‘관음충’의 발생학」에 관한 단상 「‘관음충’의 발생학」에 관한 단상 2021.08.20. 아주 우연히, 재작년에 나온 논문 한 편이 지금껏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것을 알았다.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라는 아주 화려한 이름을 지닌 논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글이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되는지 궁금해서 논문을 찾아 읽었다. 대충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 글은 논문인가? 윤지선 논문의 서론은 정말로 화려하게 보이지만, 정작 하려는 작업은 아주 단순하다. 어린 한국 남성이 어떻게 ‘남성성’을 체득하고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조건 내에서 한국 남아들은 남성적이며 공격적 행동.. 2021. 8. 20.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론과 ‘생각하는 나’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론과 ‘생각하는 나’ 2013.06 데카르트는 『성찰』 제1장에서 방법론적 회의론을 제시한다. ‘방법론적 회의’는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의심하여 결코 의심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론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데카르트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지식의 토대’를 찾아내 그 위에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전복하여 최초의 토대부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는 모두 세 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그는 첫 번째 단계에서 인간이 감각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문제 삼는다. 인간이 ‘참’이라고 여겨온 것은 대개 그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한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종종 착시 현상을 경험한.. 2019.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