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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10: 봄날은 간다 지금껏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사람은 여전히 곁에 남아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거나 마음이 바뀌면서 지나간 인연들도 있다. 오늘 밤에는 괜히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십년 전에 듣던 노랫말을 여전히 곱씹게 되는 밤이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2023. 4. 23.
평론가 천하람 비판 천하람의 토론을 듣다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그의 논점은 대개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 때가 많다. 현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고, 심지어 어느 때에는 특정한 사회 이슈의 본질을 전후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는 역량도 취약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컨대, 얼마 전 MBC의 '100분 토론'에서 저출산 문제를 젠더 갈등과 연결 짓는 것을 보고 내 이목을 의심했다(아래 영상 25분 37초부터). 정확한 사실 관계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지, 인과 관계가 불명확한 두 사안을 연결 짓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굳이 TV토론까지 나와서 저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문제 진단 자체가 형편 없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나? 25분 37초 이후이번에 KBS의 '더.. 2023. 4. 21.
국장도감 도청의궤 각 편목의 기능 국장도감 도청의궤 각 편목의 기능 2022.06.29 도청의궤에서 국장의 실질적 업무과 관련된 항목은 계사질ㆍ장계질ㆍ이문질ㆍ내관질ㆍ품목질ㆍ감결질ㆍ예관질ㆍ의주질이다. 비록 현종 국장 때는 이문질과 내관질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현종의궤』 이후의 의궤들은 이 항목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계사질부터 의주질까지의 항목이 도청의궤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내용임을 보여준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도청의궤를 구성하는 편목들의 순서가 『현종의궤』 이후로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의궤가 국가 행사를 일정한 체계에 따라 정리하기 위한 텍스트라면, 도청의궤 편목의 순서는 그 ‘체계’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영조국장도감』을 중심으로 각 편목을 구성하는 내용과 특징을 .. 2023. 3. 29.
10~13세기 고려 왕실의 구조와 편제: 서론 서론 (황향주, 2022, 10~13세기 고려 왕실의 구조와 편제, 서울대 박사논문) (1) 목표: 고려 왕실의 인적 구성과 법제적 위상을 구명하고, 왕실의 권위 및 특권의 기반이 되었던 체제를 고찰 (2) 왕실의 개념과 연구 필요성 광의의 개념: 祖宗苗裔를 포괄하고 때로는 왕조 그 자체를 의미 협의의 개념: 국왕과의 ‘공인된’ 가족 관계를 토대로 왕위계승권을 공유하거나 왕위계승권의 재분배에 관여할 수 있는 협소한 단위 → 이 논문에서 채택한 ‘왕실’의 개념 왕실 연구의 필요성: 국왕의 이데올로기 권력은 국왕의 기원인 왕실을 그 사회가 어떻게 명명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 좌우되었고, 왕실의 ‘비범성’은 사회 전반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덕목 → 왕실이 어떤 내적 논리와 공적 체제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 2023. 3. 10.
「뇌뢰낙락서」를 통해 본 이덕무의 역사인식 「뇌뢰낙락서」를 통해 본 이덕무의 역사인식 (2020,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 』, 경인문화사) 2022.10.17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양장본 Hardcover) 역사는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도 이어진다.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은 10명의 저자들이 중국의 것이나 과거 고대에서 주로 영광을 찾던 시대에 과학, 지리, 언어,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의 문화’를 이루어냈던 실학자들의 정신을 통해 그들이 과연 역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다루었다. 대표적인 실학자 성호이익을 통하여 실학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현실주의적 관점이다. “천하의 일은 시세時勢가 최상이고, 행?불행이 다음이요, 옳고?그름은 최하이다.” 〈성호.. 2023. 1. 13.
‘대동’, ‘소강’과 「예운」의 편성 연대 「예운」의 구성과 내용 「예운」은 『예기』의 아홉 번째 편이다. 주로 周禮의 기원과 발전, 변천과 운용 등을 논술하였으므로 ‘예운’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공자가어』의 「예운」은 개별적인 문자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이 편[『예기』의 「예운」]과 같다. 「예운」은 또 성왕 예제의 근거와 원칙, 예와 仁ㆍ义ㆍ乐ㆍ顺의 관계, 예제의 운행 규칙을 탐구한다. 특히 예가 사회를 다스리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사회가 “大順”의 경지에 도달하도록 했다. 「예운」은 예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준칙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까닭에 禮라는 것은 군주의 큰 權柄이니, 혐의를 분별하고 은미함을 밝히며 鬼神을 대접하고 制度를 상고하며 仁義를 구별하는 것으로, 政事를 다스리고 君主를 편안히 하는 方法.. 2022. 11. 9.
선진ㆍ진한 시대 월령 연구사 정리 서언 월령의 개념 월령은 중국 고대의 ‘時憲書’로 자연적 시간에 의지하여 인위적으로 설계한 시간적 규범이다. (…) 상고 시기의 월령은 판본이 많은데 주요 월령으로는 『夏小正』, 『일주서』의 「時月解」, 『呂氏春秋』의 ‘12기’, 『회남자』의 「時則」과 『예기』의 「월령」 등의 문헌이 있다. 그중에서 뒤에 언급한 세 개 문헌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월령 연구 월령의 정리와 연구는 전한[西漢] 말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 촉한[季漢] 이후로 청나라 말에 이르기까지 월령 문헌의 기원과 월령의 예제에 관한 연구는 계속 풍부하게 이루어졌다. 지난 반세기 이래로 죽간 및 백서 문헌이 점차 출토되면서 더욱 많은 월령의 판본과 관련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새로운 자료들은 더욱 다양한 연구 시각을 낳게 했다... 2022. 11. 9.
서명응의 역사학과 역사비평 김남일, 2020, 서명응의 역사학과 역사비평: 『자치통감강목삼편』의 편찬배경과 정통론의 시대적 의미 2022.09.26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양장본 Hardcover) 역사는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도 이어진다. 〈역사를 바라보는 실학자의 시선〉은 10명의 저자들이 중국의 것이나 과거 고대에서 주로 영광을 찾던 시대에 과학, 지리, 언어,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의 문화’를 이루어냈던 실학자들의 정신을 통해 그들이 과연 역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다루었다. 대표적인 실학자 성호이익을 통하여 실학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현실주의적 관점이다. “천하의 일은 시세時勢가 최상이고, 행?불행이 다음이요, 옳고?그름은 최하이다.” 〈성호사설.. 2022. 10. 6.
의고(疑古)와 신고(信古) 의고와 신고: 고대 중국 사상 연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원제: 疑古與信古之間-以古代中國思想的硏究爲例(林啓屏, 2007, 『從古典到正典』)] 2022.09.28 1. 서론 연구목적과 내용 출토문헌이 날로 많아지는 오늘날 다시 한번 고대 사상 연구의 문제와 의의를 면밀히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疑古 사조의 내용을 검토하고 王國維의 견해를 빌려 고대를 과도하게 의심하거나 신봉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연구 태도임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중용』에 대한 勞思光과 牟宗三 두 선생의 관점을 예로 들어 고대문헌, 특히 이론적 해석이 필요한 철학문헌에 대해 의고와 신고의 태도가 어떻게 학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반성을 제기하고 출토 문헌이 오늘날 고대 사상 연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 2022. 9. 29.
국장도감 도청의궤 편목 구성의 변화 국장도감 도청의궤 편목 구성의 변화 2022.06.29 도청의궤가 포함된 가장 오래된 국장도감의궤는 바로 『인조국장도감의궤』(1649)다. 여기서는 이 의궤를 기준으로 이후의 도청의궤 체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인조국장도감의궤』(이하 『인조의궤』)부터 『영조국장도감의궤』(이하 『영조의궤』)까지 국왕 국장도감 도청의궤 체재를 살펴보면 아래의 과 같다. 『인조의궤』가 17-18세기의 나머지 의궤와 구분되는 가시적인 차이점은 총목차가 없다는 점이다. 그 체재에 ‘좌목’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내용상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효종의궤』에서 『영조의궤』의 총목차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좌목’인데, 이 항목은 이조단자와 도감사목단자로 구성되었다. 『인조의궤』에도 책머리.. 2022. 9. 22.
조선시대 대비 지위와 인조반정의 재검토 오수창, 2022, 「조선시대 대비 지위와 인조반정의 재검토―계승범 교수의 『모후의 반역』 비판」, 『역사비평』 140 2022.09.16 모후의 반역선조와 의인왕후는 혼인한 지 20년이 넘도록 자식이 없었다. 대군이 없으면 군이라도 하루빨리 세자로 책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선조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후계자 선정에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발한 임진왜란은 선조로서도 더 이상 후계자 선정을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마침내 선조와 신료들의 합의에 따라 광해군이 세자의 지위에 올랐다. 광해군은 선조의 후궁인 공빈 김씨의 아들로, 적자도 아니고 맏아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선조의 여러 왕자들 가운데 광해군은 가장 총명하고 어진 성품으로 신료들의 신망을 받았다. 왜군이 한양까지 점령한 상황에서 선조는 요동.. 2022. 9. 16.
인정과 의리의 갈등, 법과 윤리의 간극 인정과 의리의 갈등, 법과 윤리의 간극 20220704 1. 정경문 살해사건의 경위와 처분 황해도 해주에서 정경문鄭景文이라는 사람이 과부寡婦인 조씨趙氏와 간통하다가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86년(정조 10) 11월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과 결과는 『일성록』과 『심리록』, 『추관지』와 『흠흠신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이 기록들을 토대로 사건의 경과와 결과를 검토할 것이다. 굳이 이 사건을 검토하려는 이유는 실행失行한 사족 여성에 대한 사건 관련자와 국가의 태도에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려 한다. 일단 사건의 개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경문과 밀회를 나눈 조씨는 사족 여성으로 이씨 집안에 시집갔다가 일찍 남편을 여.. 2022.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