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왕장구下 (1) : 장포견맹자(莊暴見孟子)
莊暴見孟子, 曰: “暴見於王, 王語暴以好樂, 暴未有以對也. 曰好樂何如?” 孟子曰: “王之好樂甚, 則齊國其庶幾乎!”
장포(莊暴)가 맹자를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왕을 알현하자 왕이 제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제가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왕이 음악을 몹시 좋아하신다면 제나라는 아마도 치세(治世)에 거의 가까워질 것입니다.”
莊暴, 齊臣也. 庶幾, 近辭也, 言近於治.
장포(莊暴)는 제의 신하다. ‘庶幾’(서기)는 가깝다는 말이니, 잘 다스려지는 경지에 가까워진다고 말한 것이다.
他日見於王, 曰: “王嘗語莊子以好樂, 有諸?” 王變乎色, 曰: “寡人非能好先王之樂也. 直好世俗之樂耳.”
다른 날에 [맹자가] 왕을 알현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 장자(莊子: 장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왕의 낯빛이 변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과인이 선왕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變色者, 慚其好之不正也.
‘變色’[얼굴빛이 달라짐]은 자신의 기호가 바르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曰: “王之好樂甚, 則齊其庶幾乎! 今之樂, 猶古之樂也.”
맹자가 말했다.
“왕이 음악을 몹시 좋아하시면 제나라는 아마도 치세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오늘날의 음악은 옛날의 음악과 같습니다.”
今樂, 世俗之樂, 古樂, 先王之樂.
‘今樂’[오늘날의 음악]은 세속의 음악이고, ‘古樂’[옛 음악]은 선왕의 음악이다.
曰: “可得聞與?” 曰: “獨樂樂, 與人樂樂, 孰樂?” 曰: “不若與人.” 曰: “與少樂樂, 與衆樂樂, 孰樂?” 曰: “不若與衆.”
왕이 말했다. “그에 관해 들을 수 있겠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과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즐겁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 더 낫지요.”
맹자가 말했다. “적은 사람과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즐기는 것 중 무엇이 더 즐겁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즐거워하는 쪽이 더 낫습니다.”
獨樂不若與人, 與少樂不若與衆, 亦人之常情也.
흘로 즐기는 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만 못하고 적은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만 못함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臣請爲王言樂.
“신이 왕을 위해서 음악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此以下, 皆孟子之言也.
이 아래로는 모두 맹자의 말이다.
今王鼓樂於此, 百姓聞王鐘鼓之聲ㆍ管籥之音, 擧疾首蹙頞而相告曰: ‘吾王之好鼓樂,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散?’ 今王田獵於此, 百姓聞王車馬之音, 見羽旄之美, 擧疾首蹙頞而相告曰: ‘吾王之好田獵,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散?’ 此無他, 不與民同樂也.
가령 왕이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는데 백성들이 왕의 종소리와 북소리, 퉁소소리와 피리소리를 듣고는 모두 머리를 아파하며 이마를 찌뿌리고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음악 연주 좋아하는 우리 왕은 어째서 나를 이런 곤경에 처하게 하여 부모자식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식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는가?’ 가령 왕이 여기에서 사냥을 하는데 백성이 왕의 거마(車馬)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깃발을 보면서 모두 머리를 아파하며 이마를 찌뿌리고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사냥 좋아하는 우리 왕은 어째서 나를 이런 곤경에 처하게 하여 부모자식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식이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가?’ [백성들이 이렇게 반응한다면]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鐘鼓管籥, 皆樂器也. 擧, 皆也. 疾首, 頭痛也. 蹙, 聚也. 頞, 額也. 人憂戚, 則蹙其額. 極, 窮也. 羽旄, 旌屬. 不與民同樂, 謂獨樂其身, 而不恤其民, 使之窮困也.
종(鐘)ㆍ고(鼓)ㆍ관(管)ㆍ약(龠)은 모두 악기다. ‘擧’(거)는 모두라는 뜻이다. ‘疾首’(질수)는 머리가 아픈 것이다. ‘蹙’(축)은 모은다는 뜻이다. ‘頞’(알)은 이마라는 뜻이다. 사람이 걱정스럽거나 슬프면 이마를 찌뿌린다. ‘極’(극)은 곤궁하다는 뜻이다. ‘羽旄’는 깃발의 한 종류다. ‘不與民同樂’[백성과 함께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혼자 자신의 몸을 즐겁게 하면서도 자신의 백성을 구휼하지 않아 그들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다.
今王鼓樂於此, 百姓聞王鐘鼓之聲ㆍ管籥之音,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 ‘吾王庶幾無疾病與! 何以能鼓樂也.’ 今王田獵於此, 百姓聞王車馬之音, 見羽旄之美,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 ‘吾王庶幾無疾病與! 何以能田獵也.’ 此無他, 與民同樂也.
가령 왕이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는데 백성이 왕의 종소리와 북소리, 퉁소소리와 피리소리를 듣고는 모두 흔연히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며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왕께서 아마도 아픈 곳이 없으신가보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연주를 하실 수 있겠어?’ 가령 왕이 여기에서 사냥을 하는데 백성이 거마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깃발을 보면서 모두 흔연히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며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왕께서 아마도 아픈 곳이 없으신가보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사냥을 하실 수 있겠어?’ [백성들이 이렇게 반응한다면]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與民同樂者, 推好樂之心, 以行仁政, 使民各得其所也.
‘與民同樂’[백성과 함께 즐거워한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넓혀서 인정(仁政)을 행하여 백성들이 각기 제자리를 얻게 하는 것이다.
今王與百姓同樂, 則王矣.”
이제 왕께서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신다면 천하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范氏曰: “戰國之時, 民窮財盡, 人君獨以南面之樂, 自奉其身. 孟子切於救民, 故因齊王之好樂, 開導其善心, 深勸其與民同樂, 而謂今樂猶古樂, 其實今樂古樂, 何可同也? 但與民同樂之意, 則無古今之異耳. 若必欲以禮樂治天下, 當如孔子之言, 必用韶舞, 必放鄭聲, 蓋孔子之言, 爲邦之正道. 孟子之言, 救時之急務, 所以不同.” 楊氏曰: “樂以和爲主, 使人聞鐘鼓管弦之音, 而疾首蹙頞, 則雖奏以咸英韶濩, 無補於治也. 故孟子告齊王以此, 姑正其本而已.”
범씨[范祖禹]가 말했다. “전국시대에는 백성이 궁핍하고 재화가 고갈되었는데도 군주만은 임금 노릇하는 즐거움[南面之樂]으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받들었다. 맹자는 백성을 구제하는 것을 절박하게 여겼기 때문에 제나라 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그의 선한 마음을 깨우쳐 인도하고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도록 권면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음악은 옛날의 음악과 같다’고 말한 것인데, 사실은 오늘날의 음악과 옛 음악이 어떻게 같겠는가? 다만 백성과 함께 즐거워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을 뿐이다. 만약 반드시 예악(禮樂)으로 천하를 다스리려고 한다면 공자의 말을 따라서 반드시 소무(韶舞)를 써야하고 반드시 정성(鄭聲)을 내버려야 한다. 공자의 말은 나라를 다스리는 정도(正道)다. 맹자의 말은 시대를 구해내는 것을 급선무로 하였으므로 [공자와는] 같지 않았던 것이다.”
양씨[楊時]가 말했다. “음악은 조화로움을 주된 것으로 삼는데, 사람들이 종소리와 북소리, 피리소리와 현소리를 듣고 머리를 아파하며 찡그리게 했다면 비록 함(咸)ㆍ영(英)ㆍ소(韶)ㆍ호(濩)를 연주하더라도 정치에 보탬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맹자가 이것을 제나라 왕에게 말해준 것은 우선 그 근본을 바로잡으려 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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