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왕장구上 (6) : 불기살인(不嗜殺人)
孟子見梁襄王.
맹자가 양 양왕을 뵈었다.
襄王, 惠王子, 名赫.
양왕은 혜왕의 아들이고 이름은 혁(赫)이다.
出語人曰: “望之不似人君, 就之而不見所畏焉. 卒然問曰: ‘天下惡乎定?’ 吾對曰: ‘定于一.’
맹자가 왕을 뵙고 나와서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임금답지 않고 가까이 나아가도 경외할 만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천하가 어느 나라에게 평정되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답했다. ‘하나로 합쳐진 다음에 안정될 것입니다.’
語, 告也. 不似人君, 不見所畏, 言其無威儀也. 卒然, 急遽之貌. 蓋容貌辭氣乃德之符, 其外如此, 則其中之所存者可知. 王問列國分爭, 天下當何所定, 孟子對以必合於一然後定也.
‘語’(어)는 알려준다는 뜻이다. ‘임금답지 않다’[不似人君]는 말과 ‘경외할 만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不見所畏]는 말은 그에게 위엄이 있고 엄숙한 모습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卒然’(졸연)은 서둘러 갑작스러운 모양이다. 용모와 말은 덕의 부절(符節)이니 그 겉모습이 이와 같다면 그 안에 있는 것은 알 만하다. 왕은 여러 나라가 나뉘어 다투니 천하가 어디에 안정될지를 물은 것이다. 맹자는 반드시 하나로 합쳐진 뒤에야 안정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孰能一之?’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누가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王問也
왕이 물은 것이다.
對曰: ‘不嗜殺人者能一之.’
내가 대답했다.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통일할 것입니다.’
嗜, 甘也.
‘嗜’(기)는 달갑게 여긴다는 뜻이다.
‘孰能與之?’
‘누가 그를 따르겠습니까?’
王復問也. 與, 猶歸也.
왕이 다시 물은 것이다. ‘與’(여)는 따른다는 뜻이다.
對曰: ‘天下莫不與也. 王知夫苗乎? 七八月之間旱, 則苗槁矣. 天油然作雲, 沛然下雨, 則苗浡然興之矣. 其如是, 孰能禦之? 今夫天下之人牧, 未有不嗜殺人者也. 如有不嗜殺人者, 則天下之民皆引領而望之矣. 誠如是也, 民歸之, 由水之就下, 沛然誰能禦之?’”
내가 대답했다. ‘천하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벼싹을 아십니까? 7~8월 사이에 가물면 벼싹이 마르다가 하늘이 뭉게뭉게 구름을 일으켜 비를 쏴아 내리면 벼싹이 쑥쑥 자라납니다. 이와 같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천하의 인목(人牧) 가운데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일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천하의 백성이 모두 목을 빼고 그를 바라볼 것입니다. 정말로 이와 같다면 백성이 그를 따르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으니 세차게 흘러가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周七八月, 夏五六月也. 油然, 雲盛貌. 沛然, 雨盛貌. 浡然, 興起貌. 禦, 禁止也. 人牧, 謂牧民之君也. 領, 頸也. 蓋好生惡死, 人心所同, 故人君不嗜殺人, 則天下悅而歸之.
주나라의 7~8월은 하나라의 5~6월이다. ‘油然’(유연)은 구름이 무성한 모양이다. ‘沛然’(패연)은 비가 왕성히 내리는 모양이다. ‘浡然’(발연)은 힘차게 일어서는 모양이다. ‘御’(어)는 막아서 멈춘다는 뜻이다. ‘人牧’(인목)은 백성을 다스리는 군주를 말한다. ‘領’(영)은 목을 말한다.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들의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임금이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으면 온 세상이 기뻐하여 그를 따를 것이다.
○蘇氏曰: “孟子之言, 非苟爲大而已. 然不深原其意, 而詳究其實, 未有不以爲迂者矣. 予觀孟子以來, 自漢高祖, 及光武, 及唐太宗, 及我太祖皇帝, 能一天下者四君, 皆以不嗜殺人致之. 其餘殺人愈多而天下愈亂. 秦晉及隋, 力能合之, 而好殺不已, 故或合而復分, 或遂以亡國, 孟子之言豈偶然而已哉!”
소씨(소식)가 말했다. “맹자의 말은 한낱 큰 소리를 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의 근원을 깊이 캐묻지 않고 그 내용을 자세하게 탐구하지 않아서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 맹자 이래 한 고조로부터 광무제, 당 태종, 우리 태조 황제에 이르기까지 천하를 통일한 사람이 네 임금인데 모두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았기 이룩한 것이다. 그 나머지는 사람을 더욱 많이 죽여서 천하가 더욱 혼란했다. 진(秦)나라와 진(晉)나라, 수나라는 힘으로 천하를 합할 수 있었지만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래서 천하를 통일했다가 다시 나뉘기도 하고 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했으니 맹자의 말이 우연일 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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