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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자집/사서집주

[맹자] 양上-5. 어진 이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

by 衍坡 2018. 11. 23.

양혜왕장구上 (5) : 가사제정(可使制梃)

 

 

가사제정

 

 

梁惠王曰: “晉國天下莫强焉, 叟之所知也. 及寡人之身, 東敗於齊, 長子死焉, 西喪地於秦七百里, 南辱於楚. 寡人恥之, 願比死者一洒之, 如之何則可?”

양혜왕이 말했다. “진나라가 천하에 막강하다는 것은 어르신께서도 아시는 바입니다. 과인의 몸에 이르러서는 동쪽으로 제나라에 패배하고 장자가 죽었습니다. 서쪽으로는 진나라에게 땅 700리를 잃었습니다. 남쪽으로는 초나라에 모욕을 당했습니다. 과인은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죽은 자들을 위해 원수를 한번 갚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魏本晉大夫魏斯與韓氏趙氏共分晉地, 號曰三晉, 故惠王猶自謂晉國. 惠王三十年, 齊擊魏破其軍, 虜太子申. 十七年, 秦取魏少梁, 後魏又數獻地於秦. 又與楚將昭陽戰敗, 亡其七邑. 比, 猶爲也. 言欲爲死者雪其恥也. 

위(魏)는 본래 진(晉)의 대부인 위사(魏斯)가 한씨ㆍ조씨와 진나라 땅을 함께 나누어 ‘삼진’(三晉)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혜왕이 아직 스스로 ‘진나라’라고 한 것이다. 혜왕 30년에 제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해 그 군대를 격파하고 태자 신(申)을 포로로 잡았다. 혜왕 17년에 진나라가 위나라 소량(少梁) 지역을 빼앗았고, 그 뒤로도 위나라는 또 여러 차례 진나라에 땅을 바쳤다. 또한 초나라 장수 소양(昭陽)과 싸우다 져서 일곱 고을을 잃었다. 比(비)는 ‘위한다’는 뜻과 같다. 죽은 자들을 위해 치욕을 갚으려고 한다고 말한 것이다.

 

 

孟子對曰: “地方百里而可以王. 

맹자가 대답했다.

“사방 100리 되는 땅으로도 천하에 왕노릇할 수 있습니다.

 

百里, 小國也. 然能行仁政, 則天下之民歸之矣. 

100리는 작은 나라다. 그러나 인정(仁政)을 행할 수 있다면 천하의 백성이 그를 따를 것이다.

 

 

王如施仁政於民, 省刑罰薄稅斂, 深耕易耨, 壯者以暇日修其孝悌忠信, 入以事其父兄, 出以事其長上, 可使制梃, 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왕께서 만일 백성에게 인정(仁政)을 베풀어 형벌을 신중히 살피시고 조세를 가볍게 거두시면, 백성이 깊이 밭을 갈고 열심히 김을 맬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한가한 날에 효제충신(孝悌忠信)을 닦아 집안에서는 부형을 섬기고 집밖에서는 윗사람을 섬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몽둥이를 만들어 진나라와 초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예리한 병기를 매질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省刑罰薄稅斂, 此二者仁政之大目也. 易, 治也. 耨, 耘也. 盡己之謂忠, 以實之謂信. 君行仁政, 則民得盡力於農畝, 而又有暇日, 以修禮義, 是以尊君親上, 而樂於效死也. 

형벌을 살피고 세금을 가볍게 거두는 이 두 가지는 인정(仁政)의 큰 조목이다.[각주:1] ‘易’(이)는 다스린다는 뜻이다. ‘耨’(누)는 김맨다는 뜻이다. 자기 마음을 다하는 것을 일러 ‘충’(忠)이라 하고, 성실하게 하는 것을 일러 ‘신’(信)이라고 한다. 임금이 인정(仁政)을 행하면 백성이 농토에 힘을 다 쏟을 수 있고, 한가한 날이 있으면 예의를 닦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임금을 높이고 윗사람을 친근하게 여겨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다.

 

 

彼奪其民時, 使不得耕耨, 以養其父母, 父母凍餓, 兄弟妻子離散.

저들이 백성들의 농사철을 빼앗아서 밭을 갈고 김을 매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할 수 없게 한다면 그들의 부모는 추위에 떨고 굶주릴 것이며 형제와 처자는 흩어질 것입니다.

 

彼, 謂敵國也.

‘저들’은 적국을 말한다.

 

 

彼陷溺其民, 王往而征之, 夫誰與王敵夫?

저들이 그 백성을 도탄에 빠뜨려 왕이 가서 바로잡으신다면 누가 왕과 대적하겠습니까?

 

陷, 陷於阱. 溺, 溺於水. 暴虐之意. 征, 正也. 以彼暴虐其民, 而率吾尊君親上之民, 往正其罪, 彼民方怨其上, 而樂歸於我, 則誰與我爲敵哉?

‘陷’(함)은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고, ‘溺’은 물에 빠뜨리는 것이다. 포학하다는 뜻이다. ‘征’(정)은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저들이 그 백성에게 포학하게 대하므로 나의 임금을 높이고 윗사람을 친하게 여기는 백성들을 이끌고 가서 그 죄를 바로잡는다면, 저들의 백성이 그 임금을 원망하여 즐거워하며 나를 따를 것이니 누가 나와 대적하겠는가?

 

 

故曰: ‘仁者無敵,’ 王請勿疑.”

그러므로 ‘어진 이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고 했으니, 왕께서는 청컨대 의심하지 마소서.”

 

仁者無敵, 蓋古語也. 百里可王, 以此而已. 恐王疑其迂闊, 故勉使勿疑也.

‘어진 이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는 말은 아마 옛말인 듯하다. 백리의 땅으로 천하에 왕노릇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일 뿐이다. 왕이 우활하다고 의심할까 두려워하여 그에게 의심하지 말라고 권면한 것이다.

 

○孔氏曰: “惠王之志, 在於報怨, 孟子之論, 在於救民. 所謂惟天吏, 則可以伐之, 蓋孟子之本意.”

공씨(공문중)이 말했다. “혜왕의 뜻은 원수를 갚는 데 있었지만 맹자의 논의는 백성을 구제하는 데 있었다. 이른바 ‘오직 천리(天吏)면 정벌할 수 있다’고 했으니 이것이 맹자의 본래 뜻이다.”

 

 

  1. '省'은 두 가지 음과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을 살핀다고 할 때는 '성'으로 발음하지만 무엇을 덜어낸다는 뜻으로 쓸 때는 '생'으로 발음한다. 여기서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형벌을 살펴 신중히 한다는 뜻과 형벌을 줄인다는 뜻 모두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희의 주석에 따라 해석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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