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기/고려시대 기록 읽기

이규보-경설(鏡說)

by 衍坡 2018. 4. 15.

경설(鏡說)


이규보



경설 원문



居士有鏡一枚, 塵埃侵蝕掩掩, 如月之翳雲. 然朝夕覽觀, 似若飾容貌者.

어떤 거사가 거울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먼지가 껴서 가려진 것이 마치 달이 구름에 가려진 것 같았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이 용모를 꾸미는 사람과 비슷했다.


客見而問曰 : “鏡所以鑑形. 不則君子對之, 以取其淸. 今吾子之鏡, 濛如霧如, 旣不可鑑其形, 又無所取其淸. 然吾子尙炤不已, 豈有理乎?”

손님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거울은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군자가 그 맑음을 취하려고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거울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흐릿하여 얼굴을 볼 수 없고, 그 맑음을 취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오히려 얼굴을 비추어보며 그만두지 않으니,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居士曰 : “鏡之明也, 妍者喜之, 醜者忌之, 然妍者少醜者多. 若一見, 必破碎後已, 不若爲塵所昏. 塵之昏, 寧蝕其外, 未喪其淸. 萬一遇妍者而後磨拭之, 亦未晚也. 噫! 古之對鏡. 所以取其淸, 吾之對鏡, 所以取其昏. 子何怪哉?” 客無以對.

거사가 말했다. “거울이 밝으면 아름다운 사람들은 좋아하고 못생긴 사람들은 싫어하는데, 아름다운 사람은 적고 못생긴 사람은 많습니다. 만일 거울을 한 번 보고 반드시 깨부순 뒤에야 그만 둔다면, 먼지에 흐려지는 것만 못합니다. 먼지의 흐림은 겉을 흐리게 할지언정 그 맑음을 잃게 하지는 못합니다. 만일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뒤에 닦인다면, 그 또한 늦지 않은 것입니다. 아! 옛날 사람들이 거울을 들여다본 것은 그 맑음을 취하려고 한 것이지만, 내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흐림을 취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대는 어째서 이상하게 여기십니까?” 손님이 대답하지 못했다.






'읽고 쓰기 > 고려시대 기록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양왕의 구언교서  (0) 2020.04.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