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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자집/고문진보

제갈량 - 출사표(出師表)

by 衍坡 2018. 4. 21.

출사표(出師表)


제갈량




제갈량




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殂, 今天下三分, 益州疲弊, 此誠危急存亡之秋也. 然侍衛之臣, 不懈於內, 忠志之士, 忘身於外者, 蓋追先帝之殊遇, 欲報之於陛下也.

선제先帝께서 창업하시고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중도에 붕어하셨습니다.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뉘고 익주는 피폐하니, 이는 진실로 위급하여 나라가 존립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때입니다. 그러나 군주를 모시고 지키는 신하가 안에서 직분을 게을리하지 않고 충성스럽고 뜻있는 사士가 밖에서 자기 몸을 잊는 것은, 대개 선제의 특별한 대우를 돌이켜서 폐하께 보답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誠宜開張聖聽,[각주:1] 以光先帝遺德, 恢弘志士之氣,[각주:2] 不宜妄自菲薄, 引喩失義, 以塞忠諫之路也. 

진실로 귀를 여시고 널리 충언을 들으셔서[開張聖聽] 선제께서 남기신 덕을 밝히고 뜻있는 사士의 기개를 격려[恢弘]하셔야 합니다. 망령되이 스스로 하찮게 여기시고 그릇된 비유를 끌어다 대며 의義에서 벗어나 충성스럽게 간언하는 길[忠諫之路]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宮中府中俱爲一體, 陟罰臧否,[각주:3] 不宜異同. 若有作奸犯科及爲忠善者,[각주:4] 宜付有司, 論其刑賞, 以昭陛下平明之理, 不宜偏私, 使內外異法也.

궁중宮中과 부중府中은 다 한 몸이니 선한 자에게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 벌주는 것을 달리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간악한 짓을 저질러 법을 어긴 사람과 충성스럽고 선한 일을 한 사람이 있다면, 유사有司에 맡겨서 그들의 상과 벌을 판단하게 하셔서 폐하의 공평하고 현명한 다스림을 밝히셔야 합니다. 사사로운 마음에 치우쳐서 안과 밖이 법을 달리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侍中侍郞郭攸之、費褘、董允等, 此皆良實, 志慮忠純. 是以先帝簡拔,[각주:5] 以遺陛下, 愚以爲宮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然後施行, 必能裨補闕漏,[각주:6] 有所廣益.

시중시랑 곽유지郭攸之와 비위費褘, 동윤董允은 모두 뛰어나고 진실하며 생각이 충순忠純합니다. 이런 까닭에 선제께서 발탁하셔서 폐하에게 남겨주셨으니, 제가 생각하기에 궁중의 일은 일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모두 그들에게 자문한 뒤에 시행하시면 틀림없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널리 유익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將軍向寵, 性行淑均, 暢軍事,[각주:7] 試用於昔日, 先帝稱之曰能. 是以衆議擧寵爲督, 愚以爲營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必能使行陣和睦,[각주:8] 優劣得所也.

장군 상총向寵은 성품과 행실이 선량하고 공평하며 군사의 일을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예전에 시험 삼아서 그를 등용한 적이 있었는데, 선제께서 잘한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이런 까닭에 여러 사람이 의논해서 상총을 천거해 도독으로 삼았으니, 제가 생각하기에 군중[營中]의 일은 일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다 그에게 자문하면 틀림없이 군대를 화목하게 하고 뛰어난 자와 부족한 자가 알맞은 자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親賢臣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 親小人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 先帝在時, 每與臣論此事, 未嘗不歎息痛恨於桓靈也.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함은 전한前漢이 번영한 이유고, 소인을 가까이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함은 후한後漢이 기울어진 이유입니다. 선제께서 계실 적에는 신하들과 이 일을 평가하실 때마다 환제桓帝와 영제靈帝에 대해 탄식하면서 마음 아파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侍中尙書、長史、參軍, 此悉貞亮死節之臣,[각주:9] 願陛下親之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

시중상서[진진]와 장사[장예]와 참군[장완]은 모두 바르고 성실해서 목숨 바쳐 절개를 지킬 신하들이니, 폐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하시고 신뢰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한실漢室의 융성함은 날짜를 세면서 기약하게 될 것입니다.



臣本布衣躬耕南陽,[각주:10]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咨臣以當世之事. 由是感激, 遂許先帝以驅馳.[각주:11] 後値傾覆, 受任於敗軍之際, 奉命於危難之間, 爾來二十有一年矣.

신은 본래 평민[布衣]으로 남양南陽에서 몸소 농사를 지으며 난세에 구차히 목숨을 보전하려 했을 뿐이지, 명성이 제후에게 알려지기를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선제께서 신을 비루하다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이 스스로 왕림하셔서 초막에서 신을 세 번이나 만나보시고 신에게 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자문하셨습니다. 이 일로 감격해서 선제께 몸을 바쳐 일하기로 수락했습니다. 이후에 나라가 기울어져 엎어지는 때[傾覆]를 만나서 패전할 무렵에 임무를 맡고 위태롭고 어려운 가운데 명을 받든지 21년이 되었습니다.



先帝知臣謹愼, 故臨崩寄臣以大事也. 受命以來, 夙夜憂嘆, 恐託付不効, 以傷先帝之明, 故五月渡瀘, 深入不毛. 今南方已定, 兵甲已足, 當獎率三軍, 北定中原. 庶竭駑鈍, 攘除姦兇, 興復漢室, 還于舊都.此臣所以報先帝, 而忠陛下之職分也.

선제께서는 신이 조심스럽고 신중하다는 것을 아시고는 붕어하실 때 신에게 나라의 큰일을 맡기셨습니다. 신은 명을 받은 이래로 아침저녁으로 근심하고 탄식하면서 부탁받은 일을 이루지 못해 선제의 현명함에 손상을 입힐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5월에 노수瀘水를 건너 불모의 땅으로 깊숙이 쳐들어간 것입니다. 이제 남방은 평정되었고, 무기와 갑옷도 충분하니 삼군三軍을 독려하고 인솔해서 북쪽으로 중원中原을 평정해야 합니다. 바라옵건대, 노둔駑鈍한 저의 힘을 다해서 간흉姦兇을 물리쳐 없애고 한실漢室을 부흥시켜 옛 도음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신이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하는 직분職分입니다.



至於斟酌損益, 進盡忠言, 則攸之、褘、允之任也. 願陛下託臣以討賊興復之効, 不效則治臣之罪, 以告先帝之靈, 若無興德之言, 則責攸之、褘、允等之咎, 以彰其慢. 陛下亦宜自謀以諮諏善道,[각주:12] 察納雅言,[각주:13] 深追先帝遺詔. 臣不勝受恩感激, 今當遠離, 臨表涕泣, 不知所云.

손실과 이익을 짐작해서 충언忠言을 다 올리는 일로 말하자면 곽유지와 비위와 동윤의 소임입니다. 폐하께서는 신에게 역적을 토벌하고 한실을 부흥하는 공을 세우도록 맡기시고, 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의 죄를 다스려서 선제의 영령에 아뢰십시오. 만일 덕을 일으키는 말이 없다면 곽유지와 비위와 동윤의 허물을 책망해서 그들의 태만함을 밝히십시오. 폐하께서도 좋은 방도를 묻고 바른 말을 살펴 받아들이기를 스스로 도모하셔서 선제의 유조를 깊이 추념하셔야 합니다. 신은 은혜를 입고 감격스러움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멀리 떠날 때가 되어 표문을 내려다보니 눈물이 흘러서 아뢸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1. 聖聽(성청): 임금이 들음을 높여 이르는 말 [본문으로]
  2. 恢弘(회홍): 아주 넓고 크게 하는 것 [본문으로]
  3. 陟罰臧否(척벌장비): ‘陟’은 포상하는 것이고 ‘臧’은 ‘선’(善)과 같다. ‘否’는 그렇지 않은 것, 즉 선하지 않음(不善)을 말한다 [본문으로]
  4. 作奸(작간): 간악한 짓을 함 / 犯科(범과):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함 = 범법(犯法) [본문으로]
  5. 簡拔(간발): 여러 사람 중에서 뽑아 냄 [본문으로]
  6. 裨補(비보): 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 / 闕漏(궐루): 빠진 것. [본문으로]
  7. 曉暢(효창): 훤히 이해한다는 뜻. [본문으로]
  8. 行陣(항진): 군대 [본문으로]
  9. 死節(사절): 목숨을 걸고 절개를 지킴 [본문으로]
  10. 布衣(포의): 베옷을 입는다는 뜻. 여기서는 사士 계층이면서 관직이 없이 살아감을 말하는 것. [본문으로]
  11. 驅馳(치구): 다른 사람을 위하여 힘을 다함 [본문으로]
  12. 諮諏(자추): 임금이 신하나 백성에게 물음 [본문으로]
  13. 雅言(아언): 바른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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