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비망록

비망록 13: 앵콜요청금지

by 衍坡 2023. 11. 12.

 

 
 
오랜만에 끄적거리는 잡생각들.
 
1.요즘 부쩍 내 블로그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졌다. 너무 민망해서 자꾸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게 된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는 억울함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만났던 선배 중에는 한심한 사람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내 과제를 표절하고도 너무나 떳떳했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과제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뜬금없이 과제를 해달라며 메일을 보내놓고 밤새 술을 마시러 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듣기로는, 그 선배들이 뒤에서 내가 ‘깍쟁이’처럼 군다고 흉을 보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그런 비난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에게 표절과 과제 대리는 친한 사람끼리 으레 해줄 수 있는, ‘인정’(人情)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였다. 그런 경험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내 글을 내 글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여러 블로그를 옮겨 다니다가 결국 티스토리에 정착했고, 지금까지 왔다. 처음에는 하루에 열 명도 들어오지 않던 블로그가 점점 커져서 이젠 하루에 수십 명, 많을 때는 백 명도 넘게 들어오는 지경이 되었다. 블로그가 점점 많이 노출되면서 점점 개인적인 감상과 논평을 쓰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블로그를 앞으로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2. 모든 일들을 다 잘 해내고 싶고,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음 같지 않아 괴롭다. 대학생 때는 잠을 별로 자지 않아도 잘 버텼다. 가장 길게는 나흘 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학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땐 내가 밤을 새워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두어 시간이라도 자지 않으면 하루를 견디기가 어렵다. 결국 잠을 자느라 일이 밀리게 되고 일이 밀리면 스스로 자책한다. 나의 몸상태도, 나의 처지도 자꾸 달라지는데 나는 자꾸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 넣던 그 시절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강하게 요구한다. 내 자신을 잘 용납하지 못해서 괴롭다.

 

'세상살이 >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망록 15: 이화동  (0) 2024.01.31
비망록 14: 하루  (0) 2023.12.29
비망록 12: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0) 2023.09.12
비망록 11: 야상곡  (0) 2023.07.16
비망록 10: 봄날은 간다  (0) 2023.04.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