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탈당 사태에 관한 단상
바른정당 탈당 사태에 관한 단상
2017.05.03

어제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탈당계를 접수하고 홍준표를 지지했다. 진심으로 화가 난다. 내가 바른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화를 참기 어렵다. “보수의 새 희망”을 운운하던 사람들이 고작 석 달 만에 “보수대결집”, “좌파집권 저지”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어떤 수준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절감했기 때문이다.
탈당을 선언한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대통령후보를 내버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보수결집”일 수 있는가? 본인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면 “좌파정권”의 등장을 막을 수 있나? 나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본인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는데도 보수가 결집하지 않고 “좌파정권”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정치적인 책임을 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정치적인 원칙도, 책임감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참여하여 만든 정당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사람들이 원칙과 책임감과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실제로 탈당한 의원들에게는 제대로 된 명분도, 최소한의 원칙도 없다. 그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을 보고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했다.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착잡했을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본인들의 당선을 기약할 수 있을까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제원의 입장 발표에는 그런 고민이 묻어난다.
정치인이 약속을 다 지킬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말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기에 사회적 여건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고,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일정하게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다. 왜 말을 바꾸었는가. 왜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말을 바꾸는 데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자기 말도 뒤집고 자기 행동도 부정하는 태도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긍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렇게 돌아간 곳이 우리 사회의 병폐를 묵인하고 방치한 무능한 정치 집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생각이 많아진다. 탈당한 그들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어떤 정치가 좋은 정치인가? 이런 정치 풍토에서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이들, 좋은 정치를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아, 상식적인 사회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추기>
블로그를 옮긴 후 이 글을 새 블로그에 옮겨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글에서 다룬 이슈가 작년의 특별한 이슈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를 도출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판의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김문수와 어제 했던 말도 오늘 와서 아무렇지 않게 뒤집는 안철수가 가능성 없는 단일화를 운운하며 서로 양보하라고 다투는 걸 보면 여전히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 지방선거가 눈앞에 두고 이 글을 다시 읽으니 나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그래서 이 글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