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문록/독서노트
용어: 사회주의, 공산주의, 맑스주의
衍坡
2024. 2. 23. 01:56
들어가면서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사회주의
- 17~18세기 영국에서 개인주의·자유주의 노선과 반대되는 사회사상의 노선을 사회주의로 호칭. 즉 사회를 바라볼 때 기본 단위를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보는 관점을 사회주의로 통칭.
- 자유주의와의 차이: 자유주의에서 자유의 주체는 ‘개인’이라면, 사회주의는 개인을 넘어서는 독자적 실체로서의 사회가 집단적 주체를 형성한다고 인식함. 소유권의 문제에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소유권)을 인정하지만, 사회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반대노선으로서 집단적 소유 혹은 사회적 소유를 주장함[※소유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
공산주의
- 공산주의(Communism)와 유사한 생각과 운동은 유럽 중세 말에 종교적인 차원에서 등장. 수도원 운동을 주도한 성 프란체스코는 성직자가 토지를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 이후 수도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도원의 재산 소유에 대한 논쟁들이 벌어졌고, 근대의 소유권 개념도 이 시기의 논쟁을 거치며 구체화.
- 프랑스 혁명 이후 정치세력으로서 공산주의가 등장. 프랑스 혁명에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표방된 이후 두 가치 중 무엇을 중시할 것인가를 두고 지롱드파와 자코뱅파가 대립함. 자코뱅파는 ‘생존권’을 근거로 소유권을 어느 정도 제약하자고 주장했지만 지롱드파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결국 ‘테르미도르 반동’을 계기로 해산. 이후 자코뱅파의 잔당 중에서 과격파가 자코뱅 좌파를 형성하여 ‘평등권’을 강조함. 소유권의 제한과 소유권에 우선하는 평등권을 주장한 이들은 자신들의 노선을 ‘공산주의’라고 호명. 유럽에서 사회 하층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적 이념과 실천으로서 공산주의가 본격화되는 것은 이 무렵부터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
- 공통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비판
- 차이점: 사회주의가 공산주의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님. 예컨대, 사회주의에는 근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과거로의 회귀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보수적인 입장까지 포함함. 맑스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1848)에서 사회주의를 중간계급의 운동으로, 공산주의를 노동자 계급의 운동으로 정의함. 『고타강령 초안 비판』(1875)에서는 공산주의를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와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 두 단계로 구분했는데, 소련에서는 전자를 ‘사회주의’로, 후자를 ‘공산주의’로 호명함. 공산주의 전 단계를 ‘사회주의’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임.
맑스주의
- ‘맑스주의’라는 용어는 대체로 1850년 무렵부터 사용되었음. 처음에 ‘맑스주의’라는 표현은 프루동주의자나 바쿠닌주의자 같은 아나키스트들이 맑스주의자들을 비난하기 위해서 사용했으나, 19세기 말 독일에서 사회민주당이 창립되면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함.
- ‘맑스-레닌주의’라는 말은 1930년대 중반에 스탈린에 의해 공식적으로 사용되었음. 이 용어는 19세기에 등장한 맑스주의가 20세기에 레닌을 거쳐 스탈린에게 계승되었음을 강조하는 정치적인 의도를 담고 있음. 즉, 스탈린은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 ‘맑스-레닌주의’라는 용어를 창안한 것이며, 스탈린 시대 이후로 ‘공산주의’는 ‘맑스-레닌주의’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됨.
용어상의 혼란
-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개념이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정치 노선의 대립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임. 즉, 공산주의가 무엇인가의 문제는 이론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용어를 사용하는 정치적 노선의 대립과 직결됨. 따라서 용어를 엄밀하게 사용하려면 어떤 시대에 어떤 나라에서 누가 말한 맑스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냐를 구별할 필요가 있음.
-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지는 까닭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맑스주의 같은 용어가 ‘진보’, ‘좌파’ 같은 용어와 뒤섞여 사용되기 때문임. 근대 유럽에서 ‘진보’는 생산력의 증대와 그에 상응하는 정치·문화의 발전을 의미함.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생산력의 고도의 발전을 역사의 진보에서 핵심적 요인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진보’나 ‘보수’ 같은 틀로는 공산주의(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분할 수 없음.
- 한국에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진보’의 의미는 공산주의 혹은 맑스주의와 연결되어 있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는 ‘진보’의 내용에서 맑스주의가 배제됨. 오히려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 진짜 진보라고 호칭함. 1990년대 이후 진보를 표방한 정치적·사회적 주장 중에서 내용을 뜯어보면 자유주의적 내용을 핵심적 요소로 갖는 것들이 많은데, 이것은 ‘진보’라고 불릴 수 있지만 맑스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와는 구분해야 함[※적절하고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