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명철보신

평론가 천하람 비판

衍坡 2023. 4. 21. 15:30

천하람의 토론을 듣다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그의 논점은 대개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 때가 많다. 현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고, 심지어 어느 때에는 특정한 사회 이슈의 본질을 전후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는 역량도 취약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컨대, 얼마 전 MBC의 '100분 토론'에서 저출산 문제를 젠더 갈등과 연결 짓는 것을 보고 내 이목을 의심했다(아래 영상 25분 37초부터). 정확한 사실 관계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지, 인과 관계가 불명확한 두 사안을 연결 짓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굳이 TV토론까지 나와서 저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문제 진단 자체가 형편 없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나?
 

25분 37초 이후

이번에 KBS의 '더 라이브'에서 내놓은 논법을 들어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아래 영상 4분 5초 이후). 여당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이 엄중한 상황에 저토록 순진하고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는 과연 지금 문제가 되는 이슈들을 전후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있는가?
 

4분 5초 이후

나는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윤석열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와 중국 양안문제를 거론한 것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 윤석열이 그 문제들을 거론한 '시기'와 그가 인터뷰한 '매체'에 어째서 주목하지 않는가? 설령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윤석열이 굳이 방미를 앞둔 시점에 영어권의 외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대한민국이 양안문제를 비판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메시지를 내는 시점과 방식이 적절했는가?

물론 정치인이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특정 이슈에 논평을 하고 토론을 하려면 공부도 좀 하고, 관련된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저출산 문제든 국제정치의 문제든 구체적인 학습도 없이 본인의 인상만 가지고 논평을 하니 토론에 별로 알맹이가 없다. 천하람의 논평을 듣다보면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