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저 정리/고려시대사

10~13세기 고려 왕실의 구조와 편제: 서론

衍坡 2023. 3. 10. 01:03

서론 (황향주, 2022, 10~13세기 고려 왕실의 구조와 편제, 서울대 박사논문)

 

 

(1) 목표: 고려 왕실의 인적 구성과 법제적 위상을 구명하고, 왕실의 권위 및 특권의 기반이 되었던 체제를 고찰

 

(2) 왕실의 개념과 연구 필요성

  • 광의의 개념: 祖宗苗裔를 포괄하고 때로는 왕조 그 자체를 의미
  • 협의의 개념: 국왕과의 ‘공인된’ 가족 관계를 토대로 왕위계승권을 공유하거나 왕위계승권의 재분배에 관여할 수 있는 협소한 단위 → 이 논문에서 채택한 ‘왕실’의 개념
  • 왕실 연구의 필요성: 국왕의 이데올로기 권력은 국왕의 기원인 왕실을 그 사회가 어떻게 명명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 좌우되었고, 왕실의 ‘비범성’은 사회 전반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덕목 → 왕실이 어떤 내적 논리와 공적 체제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구비하였으며 공공연히 배타적 특권을 향유하고 상속하였는지 해명하는 것은 왕조사회의 본질을 검토하는 데 핵심

 

(3) 검토시기: 10~13세기(고려 건국~무신집권기)

  • 고려는 骨品制라는 폐쇄적 신분제가 새로운 중세사회와 공존할 수 없었던 변화에 조응하여 점진적으로 왕실 체제를 구축 → 몽골이라는 이질적 세계와 충돌하기 이전까지 장기 지속

 

(4) 문제의식

왕실의 이중적 속성: 국왕의 가족이자 정치적 집단

  • 영속적이고 배타적인 최고권(sovereignty)을 확보해야 하는 정치적 집단으로서 왕실은 권력의 집중과 배분에 민감했던 만큼 구성원의 자격을 법제적으로 규정하고 외연을 통제 → 왕실의 외연을 통제하고 왕실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규명 필요
  • 왕실은 국왕의 가족이라는 속성을 지녔으므로 가족을 정의하는 당대의 제도 및 관습이 왕실의 편제와 재생산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음
  • 왕실의 구조와 편제 원리는 정치사와 사회문화사를 통섭하여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

종친불사의 정치공학

  • 고려는 한국사에서 최초로 ‘宗親不仕’의 원칙을 확립 → 고려 왕실이 국왕의 통치 행위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최상의 정치집단으로서 차별화된 권위와 권력을 향유할 수 있었던 당대의 정치공학을 고민할 필요가 있음

중국 봉작제의 변용

  • 고려는 국제무대 속 하나의 행위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 華風을 활용하면서도 토속적 요소를 주체적으로 접목 → 봉작제라는 중국 왕실 제도의 형식이 고려에서 변용되어가는 양상을 분석할 필요가 있음

 

(5) 선행연구

정용숙: 왕실 혼인에 천착하여 왕실에 대한 구조적 분석 시도

  • ‘귀족가문’ 출신 후비가 등장하고 그 소생이 왕위를 계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왕의 사위와 일부 后妃를 지속적으로 ‘족내혼’하였던 현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 인류학의 모측교차사촌혼(모방교차사촌혼; system of matrilateral cross-cousin marriage) 이론을 차용
  • 이론 차용의 오류: 교차사촌혼 이론은 (…) 單系 혈통규정과 더불어 공동의 계보의식을 기반으로 한 친족집단이 전제되고, 집단 사이의 외혼이 ‘사회적 체계’로 존재할 때 유의미.
  • 고려 혼인의 실상: ‘족내혼’으로 분류되어 온 왕실 혼인을 분석해 보면 부측과 모측을 모두 포괄하여 교차사촌혼 · 평행사촌혼 · 오촌혼 등 다양한 유형의 근친혼이 확인.

황운룡: 현종대 최초의 諸王이 등장하였으며 諸王의 자격은 왕실 혼인과 깊은 상관성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 포착

김기덕(고려시대 봉작제 연구)

  • 고려 왕실의 봉작이 일괄적인 代數를 기준으로 상속되는 귀속지위가 아니라 국왕 직계가족과의 통혼에 따라 획득되는 성취지위임을 규명
  • 고려 왕실이 어떠한 원칙에 의거하여 근친혼 대상을 선택하고 이 혼인을 매개로 재편 · 재생산되었는가라는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지는 않음

저자의 문제제기: 왕실 통혼망가족관계에 관한 연구와 왕실 제도 연구를 통섭한 연구의 필요성

  • “권력의 분배와 집중을 왕실 자체적으로 조율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혈통적 우위를 기반으로 왕실의 비범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도 ‘근친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혈통 · 가족 등을 정의하는 광범한 사회문화적 관념이 혼인 성립 시 중요하게 작동”

 

(6) 연구 시각

  • 정치제도사적 관점에서 왕실의 제도적 형식과 왕실의 공적 특권을 분석하되 혼인 및 친속관계망이 제도의 실제 운영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
  • 1) 왕실의 핵심부보다 왕실의 경계에 집중하여 ‘近屬’, 즉 가족으로 공인되어 차별적인 권위를 누릴 수 있었던 범주를 추적
  • 2) 왕실 구성원의 출생 및 초봉 · 진봉 연도와 봉작의 계기를 인물별로 파악한 뒤 장기적 관점에서 경향성 파악 → 시간이 개인의 생애와 친속관계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
  • 3) 부계․모계로 편향된 연구시각을 탈피하고 인류학 개념을 다채롭게 도입하여 왕실의 친족구조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