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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16: 봄이 되어 꽃은 피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문득, 삶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지겹기도 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일상에 별로 미련은 없다. 나는 내 일상에 최선을 다했다. 이만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할 만큼 했다. 오늘은 그런 생각들을 했다. 2024. 4. 1.
[리뷰] 곽광 고사의 정치적 활용 양상 일고 최혜미, 2018, 곽광 고사의 정치적 활용 양상 일고, 근역한문학회(49) 2024.03.31 이 글은 한나라 권신 곽광의 고사가 조선 전기에 어떤 방식으로 독해되었는가에 주목한다. 곽광의 고사가 특정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담아 활용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보면 조선 지배층이 곽광 고사를 언급한 사례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분석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발화가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저자는 이 글에서 그 작업을 수행했다. 저자에 의하면, 조선에서는 중종반정을 기점으로 곽광에 대한 평가와 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의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본래 중국에서 곽광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 .. 2024. 4. 1.
맑스·엥겔스의 초기 사상 2강 맑스·엥겔스의 초기 사상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51~83면) 맑스의 초기 사상: 『1844년의 경제학-철학 초고』(1844),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들」(1845), 『독일 이데올로기』(1845~1846), 『공산당 선언』(1848) 자유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 맑스도 초기에 자유주의적인 정치 이념을 추구함. 이 시기에 맑스가 관계를 맺으며 비슷한 정치적 지향을 공유했던 이들이 소위 ‘청년헤겔학파’임. 청년헤겔학파는 헤겔의 초기 사상을 헤겔 사상의 핵심으로 이해하여 ‘급진적 정치철학자’로서의 헤겔을 부각하고자 함. 맑스는 곧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지게 되었음. 급진적 문필 활동으로 독일에서 추방당하고 떠돌던 그는 망명한 독일 노동자 집단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 2024. 3. 6.
자본주의의 발전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 1강 자본주의의 발전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25~49면) 자본주의의 발전과 사회주의의 등장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 유럽 국가는 식민지 점령과 해외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함. 특히 17세기 영국의 발전은 근대적 산업자본주의와 그 부산물인 자유주의를 낳았음. 18세기에 이르면 세계에 대한 유럽의 패권과 유럽 내에서 자본가들의 지배력이 공고해짐. 그리고 여전히 식민지 착취는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 조건이었음(사례: 영국의 노예무역).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지배계급인 부르주아지는 자신들의 지배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해줄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했음. 정치경.. 2024. 2. 28.
용어: 사회주의, 공산주의, 맑스주의 들어가면서 (한형식, 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그린비) 사회주의 17~18세기 영국에서 개인주의·자유주의 노선과 반대되는 사회사상의 노선을 사회주의로 호칭. 즉 사회를 바라볼 때 기본 단위를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보는 관점을 사회주의로 통칭. 자유주의와의 차이: 자유주의에서 자유의 주체는 ‘개인’이라면, 사회주의는 개인을 넘어서는 독자적 실체로서의 사회가 집단적 주체를 형성한다고 인식함. 소유권의 문제에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소유권)을 인정하지만, 사회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반대노선으로서 집단적 소유 혹은 사회적 소유를 주장함[※소유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 공산주의 공산주의(Communism)와 유사한 생각과 운동은 유럽 중세 말에 종교적인 차원에서 등장. 수도원 운동을.. 2024. 2. 23.
비망록 15: 이화동 오늘 밤에는 생각이 많아서 잠이 오질 않는다. 여태 잠들지 못해서 괴롭다. 1. 읽은 사료를 정리하던 한글 파일을 열었더니 마지막으로 사료를 읽은 날짜가 작년 5월 말로 표기되어 있다. 새삼스럽지만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그동안 빈둥거린 것도 아니고 잠이라도 실컷 잔 것도 아닌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한 걸까? 글을 쓰려고 해도 아무 생각이 없어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이니 부끄럽다. 내가 일과 본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완전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이런저런 일을 부여잡고서 넋놓고 있는 내게 본업을 놓지 말라고 진지하게 충고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그들에게 참 감사하다. 이제 정신 좀 차려야지. 2. 요즘 자꾸 해야 할 일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도대.. 2024. 1. 31.
조선 초 문물제도 정비의 역사성과 보편문화 요즘은 조금 주춤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대체로 조선 초기 문물제도 정비를 ‘보편문화의 수용’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하고 평가해왔다. 과거의 연구들이 주로 민족주의 혹은 역사발전론의 관점에서 조선 초기 문물제도의 ‘자주성’을 강조했다면, 최근 연구들은 ‘당대의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며 조선 초기 문물제도의 역사성을 재평가한다.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 비추어보면 조선 초의 문물제도 정비는 ‘중화’로 표현되는 당대의 보편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일국사적인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보편문명’이라는 측면에서 조선 초기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한다는 강점이 있다. 더구나 조선 초의 정치가들이 ‘제후국의 명분’을 중요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설명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의.. 2024. 1. 19.
비망록 14: 하루 1. 어느새 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각난다. 분주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도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다만 내 일상을 돌아보고 성찰할 여유들이 점점 줄어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성찰하는 데 게을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삶과 마음을 잘 가꾸어나가고 싶다. 내게 그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똑같이 중요한 일이다. 2. 나는 내가 엄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너무 게으르고 산만하고 느슨한 사람이다. 그런 내 모습이 항상 불만족스럽다. 더 부지런했으면 좋겠고, 더 질서정연하고 정돈된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좀 더 꼼꼼.. 2023. 12. 29.
비망록 13: 앵콜요청금지 오랜만에 끄적거리는 잡생각들. 1.요즘 부쩍 내 블로그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졌다. 너무 민망해서 자꾸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게 된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는 억울함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만났던 선배 중에는 한심한 사람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내 과제를 표절하고도 너무나 떳떳했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과제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뜬금없이 과제를 해달라며 메일을 보내놓고 밤새 술을 마시러 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듣기로는, 그 선배들이 뒤에서 내가 ‘깍쟁이’처럼 군다고 흉을 보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그런 비난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에게 표절과 과제 대리는 친한 사람끼리 으.. 2023. 11. 12.
세종대 척도의 탄생: 주척과 황종척을 중심으로 문중양, 2021, 「세종대 척도의 탄생: 주척과 황종척을 중심으로」, 『동방학지』 196 2023.09.21. 1. 머리말 1) 세종 28년 도량형제 상정 ① 세종 28년(1446) 민간에서 사용하는 척도의 표준을 상정했고 『경국대전』에도 그대로 수록 ② 상용되지 않는 척도인 ‘황종척’을 상용 척도의 기준으로 제시 2) 선행 연구 ① 세종 28년에 상정된 도량형제에 관한 실증적 연구 진행(박흥수, 남문현, 이종봉, 이숙희) 조선의 주척 약 20.6cm (cf. 중국 약 23.1cm) 조선의 황종척 약 34.6cm (cf. 송대 악률척 24.5cm, 28.06cm, 30.1cm) ② 여전히 남은 문제들 사용하지 않는 황종척을 왜 상용 척도의 기준으로 삼았는가? 중화 문화 수용을 추구한 조선의 주척과 황종.. 2023. 9. 23.
비망록 12: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1. 이른바 '세속적인'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애쓴 만큼 보상이 주어지면 좋은 일이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낙담하지 않는다. 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내 삶을 잘 가꿔 나가는 일이고, 내게 그것은 마음을 잘 키워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이다. 2. 다른 사람에게 별로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는데, 내 자신에게는 늘 불안함을 느낀다. 내 마음이 언제 교만해지고 간사해지고 나태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 켠에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교만하고 간사하고 나태한 마음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싶다. 2023. 9. 12.
비망록 11: 야상곡 본인 인생은 혼자 알아서 사는 것이라고 되뇌면서 하루하루 버티던 때도 있었다. 슬픔과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 넘치던 시절의 일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막막하고, 그래서 내 삶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나 위로 같은 건 별로 기대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마다 곁에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일상이 순탄할 때나 어려울 때나 늘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내가 잘못한 것들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내 일을 마치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해주었다. 그런 마음들이 참 고맙다. 어려운 순간들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내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2023. 7. 16.